한때 글로벌 크립토(암호화폐)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관심이 최근 줄어들고 있습니다. NFT 전문 거래소에서 매매량도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닷컴버블 붕괴 뒤 구글, 페이스북(메타) 같은 초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한 것처럼 NFT 시장도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전환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NFT 자산 플랫폼 NFT뱅크의 김정현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비슷한 견해를 보입니다. 그는 NFT 산업 성장을 위해 업계가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 COO가 바라본 미래 NFT 시장을 한경 긱스(Geeks)가 전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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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크립토 시장에 있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꺼질 줄 모르던 크립토 시장의 성장세가 테라 루나 사태, FTX 사태 등 초대형 사건들로 인해 여러 차례 타격을 입었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NFT 열풍 역시 많이 위축됐다. 그렇다면 크립토는 그저 일시적 현상에 불과했던 것일까. NFT는 그저 유행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NFT 시장, 유의미한 참여자들 나타난다

크립토 시장의 주요 사건들을 지나며 NFT를 사고 파는 양도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것이 NFT의 끝이라고 보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을 비롯해 업계 전문가들은 닷컴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지나며 오히려 소음이 많이 빠지고 제대로 업계를 이끌어나갈 주역들이 마음 잡고 상품과 서비스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닷컴버블 붕괴 후 초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했던 것처럼 말이다.

NFT 거래량은 가장 호황기였을 때에 비해 현저히 줄었지만 다양한 혁신과 새로운 강자들이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NFT 마켓플레이스는 '오픈씨(Opensea)'의 독점이었다. 90%가 넘는 거래가 오픈씨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 NFT 트레이더들을 위한 마켓플레이스 블러(Blur)도 맹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X2Y2, 룩스레어 등 다수의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한다.

젬(Gem)이나 지니(Genie)처럼 여러 마켓플레이스들을 통합해 거래를 돕는 NFT 어그리게이터 서비스도 등장했으며 그들은 각각 오픈씨와 유니스왑에 인수됐다. 또, BAYC(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크립토펑크, 문버드 등 유명 NFT 컬렉션들은 해당 NFT를 기반으로 담보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NFT가 단순 트레이딩을 넘어 새로운 자산군으로 인정받고 금융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NFT는 단순한 이미지 파일이 아니다

그동안 NFT 열풍의 주역은 대부분 프로필 이미지라고도 불리는 캐릭터성 NFT로 인한 것이었다. 그래서 NFT를 단순 이미지 파일, 또는 미술품을 사고 파는 것과 비슷하게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 이는 NFT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일반 토큰이 기존 세계에서의 화폐와 비슷하다면 NFT는 물건, 미술품, 부동산 등 자산과 같다. 가상세계에서 자산을 담을 수 있는 도구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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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롭게 시도되고 개발되고 있는 NFT들만 봐도 음악, 게임, 실물 부동산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다들 기존 프로필 이미지 NFT의 인기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이 시기에 NFT의 본질적 특성을 살려 다양한 온오프라인 자산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NFT가 자산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첫 단추: 가격 측정

NFT가 진정한 자산으로 발돋움하려면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각 NFT에 대한 합당한 자산 가격 측정이다. 자체 자산보다 확장된 금융시장이 형성되려면 자산 가격 파악은 필수적이다. NFT를 제외한 크립토 토큰 시장의 성장에 있어서 매우 큰 역할을 한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들을 보면 토큰 가격을 기반으로 유동성을 제공하며 돌아가는 시스템들이 많다.

하지만 NFT의 고유 특성상 자산 가치에 대한 평가가 매우 어렵다. 대표적 특성으로는 유일성, 희소성, 자적·기록 등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NFT(Non-fungible token)라는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각각의 NFT는 유일한 존재로, 다른 것과 대체 불가능하다. (물론 가장 일반적인 NFT 규격인 ERC721외 ERC1155는 이 유일성이 보존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지만 논외로 하겠다.) 서로 다른 두 개의 NFT를 두고 비교하면서 개별 NFT의 절대적 가치를 매기기는 어렵다.

다만 희소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인기 NFT 컬렉션인 BAYC는 약 1만 개의 원숭이 캐릭터 NFT다. 1만 개의 NFT는 배경색, 의상, 표정 등 170가지의 특징이 랜덤으로 조합돼 각기 다른 캐릭터로 구성되며 캐릭터별로 고유번호가 붙어 있다. 각 NFT는 유일하지만 희소성의 정도에 따라 NFT 가치는 다르다.

해당 컬렉션에서 가장 유명한 건 ‘#8817’다. 2021년 거래 당시 4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이 캐릭터는 금색 털을 가졌는데 이는 1% 미만에서 발견되는 극한의 희소한 특징을 지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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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를 보면 해당 NFT가 움직인 기록들, 정확히는 소유의 기록들을 파악할 수 있다. 영어로는 '프라버넌스(provenance·출처)'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소유권의 기록들은 해당 NFT의 가치를 증명해 줄 수도 있다. 또 그것들을 기반으로 분석하면 NFT에 대해, 소유했던 사람들에 대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NFT는 데이터를 담는 바구니와 같다. 일반 토큰과는 다르게 NFT가 흥미로운 이유다.

NFT뱅크를 개발한 계기도 NFT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었다. 당시 NFT 거래 상황을 살펴보니 경매 형태라 진행 속도도 느리고 거래량도 예상보다 적었다. NFT를 가상세계의 경제를 확장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 기회로 봤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신념을 기반으로 2019년부터 NFT 데이터를 깊이 연구하며 머신러닝 모델 기반의 NFT 가격 측정 모델을 만들어냈고, 현재는 5000개가 넘는 NFT 컬렉션들에 대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NFT 가격 정보로 인해 가능해진 활동들

NFT뱅크에서 제공하는 NFT 가격 정보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크립토 지갑의 대표 주자 메타마스크(Metamask)는 NFT뱅크의 가격 정보를 활용해 메타마스크 사용자들에게 NFT를 포함한 총 크립토 토큰 가격을 보여준다.
NFT뱅크 가격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 NFTfi
NFT뱅크 가격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 NFTfi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NFTfi와 같은 NFT 담보 대출 플랫폼들도 NFT뱅크의 정보를 통해 담보물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제안하고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합의점을 좁혀주고 있다. NFT 가격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이 NFT를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NFT를 기반으로 시장이 더욱 크게 확장되고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NFT 시장의 추가 성장을 위해 필요한 다음 과제


이른바 '크립토 윈터' 속에서도 NFT 시장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 기업과 파생 서비스가 등장하며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방향의 의미가 더 많이 인지가 되고 있는지 비트코인 기반의 NFT도 출현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진성 유저들이 시장에 정착하고 유의미한 활동을 지속해 NFT 시장과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먼저 DAO(탈중앙화 자율조직)나 프로토콜, 크립토 펀드 등 많은 온체인 조직들에 대한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크립토 시장을 흔들었던 큰 사건들을 보면 근본 원인은 참여자들이 그들의 재무 상태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참여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웹3 조직들의 재무 상태가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 NFT뱅크가 최근 온체인 조직의 재무 상태 리포팅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또 현실 세계의 금융 시스템과 이질감 없는 디지털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조성돼야 한다. 현재 게임이나 SNS 형태의 메타버스가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진 진정한 메타버스 시대가 언젠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온라인에서의 번 돈으로 오프라인의 ‘나’라는 존재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상호작용이 유연해지는 것을 말한다.

NFT뱅크도 디지털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다. 크립토 생태계에 발 담그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지금 역경의 시기에서도 건설적인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면 인터넷 성장기와 마찬가지로 더욱 단단하고 확실하게 커나갈 것이다.
그 뜨거웠던 NFT 시장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긱스]
김정현 | NFT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
△NFT뱅크 벤처스 벤처 파트너
△전 페이스북(메타) 전략 기획 매니저
△UC버클리 하스경영대 졸업
△UC버클리 심리학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