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 부채 한도 협상 의회 하원 표결을 하루 앞두고 불확실성과 내달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기술주 추가 상승을 가로막았다.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개장초 10년물은 3.67%, 2년물은 4.41%를 기록했다. 부채 한도 협상 잠정 타결 이후 1개월물 금리는 더 내렸지만 6개월물 금리가 올랐다. 시장은 내달 기준 금리가 25bp 더 인상된 후 연내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원유 가격이 내렸다. 천연가스와 금은 올랐고, 전일 반등한 비트코인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아직 식지 않고 있다는 지표가 공개되면서 긴축 우려가 더욱 커졌다. 미 노동부가 31일 발표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미국 민간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010만 건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975만 건에서 더 올랐다. 기존 예상치인 940만 건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주간 MBA 모기지 지수는 154.4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모기지 평균 금리는 6.91%로 올랐고, 모기지 승인 건수도 전주 대비 3.7% 줄었다. 모기지 수요는 석달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높은 금리에 낮은 주택 재고로 인해 거래가 많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의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는 미국 부채 한도 법안은 내일 하원에서 표결이 진행된다. 6월 5일 전까지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미국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다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3분기까지 1조달러 규모의 국채가 시장에 풀리면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분석도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국채 발행이 늘면서 25bp의 금리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25bp 더 인상" 경고등, AI가 띄운 기술주 더 갈까[정소람의 미나리]
중국의 경제 상황도 주가에 부담을 줬다. 전일 밤 발표된 중국 종합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2.9를 기록했다. 전달 54.4서 감소세를 보였고 석달 연속으로 내렸다. 특히 제조업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신용 완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고 있고, 이에 따라 위안화도 약세를 보였다.

월가에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도이치뱅크는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의 디폴트 비율이 내년말까지 9%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 채무를 갚기 어려워지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다.

최근 급등한 나스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씨티는 나스닥 100 선물의 롱(매수) 비중이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들어 주식 랠리가 곧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바클레이즈는 테크 비중 확대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봤다.

종목 중에서는 2분기 가이던스를 높인 아메리칸항공이 강세를 보였다. 원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트윌리오는 행동 주의 투자자인 리전파트너스의 매각 압력에 주가가 급등했다. 아마존은 복직 명령과 해고 조치에 불복하는 직원들의 파업 소식이 주가에 부담을 줬다.

기업 분석 보고서도 쏟아졌다. 파이프샌들러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목표 주가를 348달러에서 400달러로 높였다. 웰스파고는 부유층 고객이 많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침체 방어주가 될 것이라며 '비중 확대'로 투자 의견을 상향했다. 이외에 씨월드(골드만삭스), 에이비스버짓(도이치뱅크) 등에 대해서도 여행-레저 수요 확대를 이유로 매수 보고서가 나왔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