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너무 쉬운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을 배신한 사람들’ JMS(기독복음선교회) 편을 보고 가장 의아했던 건 교리의 허술함이다. 발음도 분명치 않은 사이비 교주의 헛웃음 나오는 궤변에 명문대 학생들은 왜 빠져들었을까. 한 탈교자는 인터뷰에서 기독교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삶의 문제를 JMS는 해결해줄 것 같았다고 했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기독교는 본래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종교가 아니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고난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어떤 목회자가 “교회에 나오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한다면 그는 사이비일 가능성이 크다. 기독교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그래서 어렵다.

'주가는 올라야 좋다'는 포퓰리즘

종교뿐 아니다. 세상 대부분의 진리 혹은 진실은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반대로 이해하기도 쉽고 듣기에도 좋은 말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로 ‘주가는 오를수록 좋다’는 말은 듣기에 좋지만, 진실이 아니다. 주가는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할수록 좋다. 고평가된 주가는 언젠가 적정 가치를 찾아 돌아가는 게 진실이다. 우리는 이를 ‘시장의 효율성’이라고 부른다. 주가가 기업의 적정 가치를 더 오랫동안, 더 과도하게 벗어나 있을수록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고통도 더 커진다. 공매도같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주가는 올라야 하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공매도 세력은 악마다’란 프레임은 그래서 위험하다. 라덕연 같은 주가 조작 세력이 활개 치는 숙주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런 프레임이 개미 투자자는 물론 정치인이나 금융당국에도 먹힌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이 자본 시장을 더 혼탁하게 만들어온 배경이다.

어려운 진실 이해해야 선진국

포퓰리즘은 진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사탕발림이다. 젊었을 때 보험료를 덜 냈더라도 은퇴 후에 충분한 액수의 연금을 받으며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 탈모 치료도 임플란트도 죄다 나랏돈으로 해준다는 말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반면 내가 덜 내고 더 받으면 자녀 세대가 힘들어진다는 진실, 국가 재정이 파탄 나면 국민 삶이 훨씬 더 고단해진다는 진실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리스 국민들은 40여 년 좌파 포퓰리즘의 후유증을 혹독하게 겪은 뒤 최근에야 이 진실을 대면했다.

과학보다 가짜 뉴스가 더 널리 퍼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과학은 어려운 반면 가짜 뉴스는 단순 명쾌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대부분의 핵종을 걸러낼 수 있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도 바닷물에 희석되면 인간과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며, 그렇게 희석된 삼중수소는 해류 때문에 4~5년이 지나서야 제주 해역에 도달한다는 과학적 사실은 어렵다. 일본이 우리 앞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버려 우리는 곧 방사능 물고기를 먹게 될 것이라는 가짜 뉴스는 쉽다.

어렵고 불편한 진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를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지적 지구력’이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정도 지구력으로는 인공지능(AI)발(發) 가짜 뉴스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하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