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통신대리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임대철 기자
서울 서대문구 통신대리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임대철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실제보다 약 25배 부풀려 광고해 330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 3사가 5G 속도를 거짓·과장, 기만적으로 광고하고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36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관련 매출액에 따라 산정된 업체별 과징금은 SKT 168억3000만원, KT 139억3000만원, LGU+ 28억5000만원이다. 역대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 가운데 두 번째로 과징금이 많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2017∼2018년부터 자사 홈페이지, 유튜브 등에서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에 이르는 것처럼 광고했다. 이들은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른 속도", "LTE로 20초 이상 걸리는 2.5GB 대용량 파일을 단 1초 만에 보낼 수 있어요"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그러나 20Gbps는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일 뿐 실증 근거는 전혀 없었다. 실제 2021년 3사의 평균 5G 전송 속도는 0.8Gbps로 25분의 1에 그쳤다.

광고 기간 전체로 보면 평균 속도가 20Gbps의 약 3∼4% 수준인 656∼801Mbps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LTE 속도와 비교하면 3.8∼6.8배 수준이다.

이통 3사는 5G 서비스가 출시된 2019년 4월 3일을 전후한 시점부터는 자사 5G 서비스의 최고 속도가 2.1∼2.7Gbps라고 광고했다. 20Gbps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실제 속도보다 크게 부풀려진 수치다. 실제 속도는 2.1∼2.7Gbps의 약 25∼34% 수준이었다.

3사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서로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다른 사업자보다 빠르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특히 SKT는 자신의 5G 속도와 타사의 LTE 속도를 비교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통 3사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구현될 수 없는 5G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20Gbps),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과 엄격한 전제조건에서 계산되는 최대 지원 속도(2.1∼2.7Gbps)를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며 거짓·과장성과 기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통 3사는 심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 2.1∼2.7Gbps가 '이론상 최고속도'이고 '실제 속도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표시했으므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험 조건이 실제 환경과 완전히 다른 경우, 형식적으로 제한 사항을 덧붙인다고 소비자 오인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론상 최고 속도에 대해 광고하는 경우 그 수치가 도출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기하거나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대략적인 속도 범위를 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지도에 따르더라도 표시광고법상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당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은 공정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 조사는 2020년 10월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신고로 시작됐다.

한 위원장은 제재가 늦어져 소비자들이 부당한 광고에 장기간 노출됐다는 지적에 대해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사실관계, 법 적용 관련한 착오 문제로 재심사를 거치면서 절차가 지연됐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큰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기술 세대 전환 때마다 반복돼온 부당광고 관행을 근절하고, 통신 서비스의 핵심 성능지표인 속도에 관한 광고의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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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