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초분광 나노위성으로 토양의 분자까지 식별"
“신발 포장상자 크기의 초분광 위성은 시력이 좋아요. 지구의 풀과 나무는 물론 토양의 분자 모양도 볼 수 있습니다.”

핀란드 우주기업 쿠바스페이스의 자코 안틸라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오는 24일 한국경제신문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최하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3’에 연사로 참석한다. 안틸라 대표는 “초분광 위성군을 통해 국가 안보는 물론 기후 변화와 식량 등 인류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분광 나노위성은 초분광 카메라를 장착한 소형 위성을 의미한다. 분광은 파장 차이에 따라 빛을 여러 색의 띠로 나누는 것이다. 초분광은 이 과정을 세분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빛을 수십~수백 개 대역으로 나눠 영상 형태로 저장한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피사체의 세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주 관측에 초분광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틸라 대표는 “초분광 나노 위성이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지역별 농작물 수확량 예측과 모니터링, 탄소 배출량 파악 등이 가능하다. 생물다양성지수에 대한 최신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촬영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한두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초분광 영상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초분광 영상은 꿀벌 멸종을 막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초분광 영상은 정상 꿀벌과 꿀벌응애가 존재하는 꿀벌을 구별할 수 있다. 초분광 위성이 일반 영상 분석 기술로는 풀지 못하던 문제를 해결해낼 수단이 되는 것이다.

쿠바스페이스는 초분광 위성이 인류를 위협하는 탄소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연 생태계를 넘어 바이오매스(생물자원)와 해양 생태계까지 측정하는 초분광 위성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신뢰성을 높여줄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틸라 대표는 “탄소 격리(산업 활동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거둬들이는 작업)와 블루카본(해안·해양 생태계에 흡수돼 저장된 탄소) 등 측정이 어렵던 분야에도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해 투명한 자발적 탄소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쿠바스페이스는 초분광 나노위성 100여 대를 우주에 발사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초분광 위성군’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틸라 대표는 “초분광 기술을 활용해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