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안정 경제구조,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
한국경제가 위기다. 높은 물가 속에 무역수지가 적자 일로인 데다 경상수지마저 적자구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투자가 가라앉기 시작했고 소비도 불안정한 상태다. 이러한 제반 관계가 반영돼 한국경제의 2023년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초의 2.9%에서 몇 차례 하향을 거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조정치에서는 1.5%까지 내려갔다. 한 마디로 지금 한국경제는 극도로 불안정한 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불안정 구조는 미·중 갈등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비롯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에 기인하지만, 여러 국가 중에서도 한국경제의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국제경제의 불안정성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상대적 침체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는 살펴봐야 하겠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금 한국경제는 수출 및 투자 부진, 높은 물가 등 각 부문에 걸쳐 안정성을 상실하고 있다. 안정성을 되찾으려면 한국경제가 대외지향적 성장정책으로 인한 고도의 대외의존적 체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수출 증대를 위해 한국 상품의 수출경쟁력 강화부터 착수해야 한다. 수출경쟁력 강화 중에서도 품질경쟁력 강화는 그 성격상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격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출이 증가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투자가 뒤따르며 자연스럽게 소비가 증가해 결과적으로는 국민소득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무엇보다 생산요소의 하나인 자본의 가격, 즉 이자율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한국의 이자율을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3.5%인데 반해 일본은 마이너스 0.1%고 대만은 1.88%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기준금리는 우리와 같은 3.5%지만 물가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아 실제로는 한국 금리가 EU 여러 나라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금리 수준이 주요 수출 경쟁국에 비해 높은 만큼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한국의 금리 수준이 미국에 비해 낮아 금리를 더 낮추면 외화가 유출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등의 파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도 안전자산 지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전체적 국민경제가 튼튼하면 단지 이자율 차이만으로 외화 유출이 이루어지진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이자율을 유지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부실화되고 파산으로 몰리며 상당수 가계가 높은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 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 국민경제를 안정시키는 편이 오히려 외화 유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수출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면 그만큼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이자율 인하로 투자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뒤따라 고용 증가, 소비 증대 등의 효과를 가져와 전체적으로 국민소득을 높일 것이다.

금리 인하로 다소의 외화 유출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지금보다도 상승할 것이란 주장도 강력히 제기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높은 물가는 국내 수요 증가에 의한 것이라기보단 해외 경제의 환경 변화로 인한 에너지, 자원 등의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이자율의 인상이 오히려 물가를 올린 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율 인하가 외화 유출, 나아가 원화 평가절하 및 물가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또한 원화 가치 평가절하는 해외 관광을 통한 외화 유출을 억제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화 가치 하락이 원자재 및 부품·소재류 수입 가격을 높여 수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상품 원가 구성 중 원자재 및 부품·소재의 수입가격 인상 효과보다는 수출상품 가격 인하 효과가 월등히 크다. 원화 가치 하락이 시간 경과와 더불어 무역수지 적자 축소, 나아가 흑자 전환을 달성하는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하락 경향은 중국의 대한국 수입억제 정책도 부분적으로 작용하지만, 기술한 바와 같이 한국의 상대적 고이율로 인한 일본 및 대만 수출품 대비 가격경쟁력 하락과 중국의 국내 대체화 강화대책과도 깊이 관련돼 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가능한 중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줄이고 그 여력을 동남아로 옮겨 이들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미국, 유럽으로의 수출을 강화하는 게 전체적 수출 증대 효과를 낳을 것이다.

중소기업들을 경쟁시켜 대규모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비롯해 원자재 구입과 수출화 과정에 종합상사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 유통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 및 능률적 마케팅 활동을 통해 중소기업 상품의 수출을 한 단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불안정 상태가 심화하는데 야당은 포괄임금제 및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등 한국의 대외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고, 여당과 정책당국도 사실상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불안정상태 극복이 힘들다. 한국경제의 구조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불합리한 요소를 과감하게 제거 또는 재구축함으로써 불안정 구조를 안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