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6%대서 3%대로…금융시장도 일단 안정세 전환
건전재정 천명했지만 최대 추경 오명…국가채무 1천조 돌파
경제규제 완화서 호평…전기요금·유류세는 비판 소지
[尹정부 1년] ⑨ 고물가 기선잡고 건전재정 전환…환율 불안은 약점
출범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첫 번째 성과로는 위기 대응이 꼽힌다.

6%대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낮추고 레고랜드 사태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같은 시장 불안 상황을 대과 없이 막은 부분이다.

다만 전기·가스요금이나 유류세 정상화 등 측면에선 정무적 판단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시장에서 평가도 박한 편이다.

◇ 6.3%까지 급등했던 소비자물가 3.7%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첫날인 작년 5월 10일 처음으로 한 일이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5%에 육박하고 환율이 1,300선까지 치솟는 등 위기 상황을 반영한 조치였다.

당시만 해도 경기는 침체하는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봤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우려는 우려로서 끝나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여름 6.3%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에는 3.7%까지 둔화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 올해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도는 1% 중후반대로 전망되지만, 스태그플레이션과는 거리가 있다.

[尹정부 1년] ⑨ 고물가 기선잡고 건전재정 전환…환율 불안은 약점
금융시장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세를 찾았다.

코스피 지수의 경우 지난 가을 2,100선까지 밀렸다가 올해 들어선 한때 2,600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점차 완만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통화·재정 당국의 발 빠른 대응 역시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는 이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가파른 긴축 정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로 돈줄이 말라가던 상황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발화점을 제공했지만, 정부가 '50조원+α'의 긴급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서 생긴 부동산 PF 불안 우려 역시 현실화하지 않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급등이나 레고랜드 사태 등 상황에서 대응이 빨랐다고 생각한다"면서 "빠른 타이밍은 정부가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라는 측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건전재정 천명에도…국가부채 1천조원 첫 돌파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평가받는 주요 정책 중 하나가 건전재정에 대한 원칙 천명이다.

재정 기조를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다.

단순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의무·경직성 지출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원칙을 실현해 나가는 부분 역시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6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후의 조치였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전과 특고·프리랜서 지원금 등 명목으로 62조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 첫해라는 점에서 논외로 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1년 2차례에 걸쳐 14조9천억원, 34조9천억원, 2022년에 16조9천억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66조7천억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출범 직후 단 한 번에 62조원을 썼다.

문재인 정부의 추경 횟수는 3차례로 윤석열 정부의 1차례보다 많지만, 지출 금액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추경 규모가 66조7천억원으로 윤석열 정부의 62조원과 큰 차이가 없다.

국가채무는 2022년 말 기준으로 1천67조7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6%로 1년 전 46.9%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尹정부 1년] ⑨ 고물가 기선잡고 건전재정 전환…환율 불안은 약점
◇ 경제, 시장 중심으로…외환시장 불안 약점
자유로운 시장 경제에 기반한 경제 운용 역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강조한 부분이다.

경제 운용의 중심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시장 원리를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평가받는 포인트는 경제 분야에서 규제 개혁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과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춘 것은 기업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새 정부 경제팀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 원리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면서 전기·가스요금 등 인상을 제때 관철하지 못한 부분은 경제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전기·가스요금은 원래 2분기 시작 전인 3월 말에 결정해야 하지만 당정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면서 여전히 1분기 요금을 적용하는 상태다.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연장한다는 조치 역시 경제 정책이 정치에 휘둘린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 유가가 상승했다고 하나 1년 전 대비 상당 폭 낮은 수준이고 세수 펑크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상화 과정을 밟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시 경제에선 수출이 아킬레스건이다.

4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4.2% 줄어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무역적자 역시 14개월째다.

전반적인 달러 약세 상황에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더 약세를 보이는 것 역시 이런 영향이 크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로 지난해 가을 장중 1,400원대 중반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달러 약세 상황에서 원화가 더 약세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 안동현 교수는 "현 경제팀이 가장 잘못한 부분은 환율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이라면서 "환율과 관련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다 보니 기준금리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었고 그게 경기 침체의 단초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尹정부 1년] ⑨ 고물가 기선잡고 건전재정 전환…환율 불안은 약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