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호 前 판사의 마약범죄 뒷이야기] 마약 구매의 현실…“은밀하지만 너무 쉬워”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범죄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 일부 직군의 사람들에게 한정된 일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마약 범죄 정책은 이제 성공에서 실패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대마, 필로폰(히로뽕, methamphetamine), 엑스터시(MDMA), 케타민(ketamine),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와 같이 우리에게 익히 널리 알려진 약물 외에도 메스칼린(mescaline), 실로시빈(psilocybin), GHB(gamma-Hydroxybutyric acid) 등 이름조차 낯선 약물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의료용으로만 엄격한 제한하에 사용되어야 하는 프로포폴(propofol), 미다졸람(midazolam), 펜타닐(fentanyl) 등의 약물중독 역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가 폭증한 주요한 원인으로 ‘텔레그램 등 온라인 메신저를 통한 쉬운 거래'를 원인으로 손꼽는다. 지금 우리는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를 텔레그램으로 검색하면 마약을 판매하는 수많은 계정을 확인할 수 있는 섬뜩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지호 변호사는 “익명 메신저를 통해 마약을 거래했더라도 수사기관의 수사망을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마약을 구입한 사람은 결국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마약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수사기관에 자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현실 역시 마약범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다. 배 변호사는 과거 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할 당시 영장실질심사 재판을 하면서, ‘단 1명에 불과한 중국 국적의 피의자가 중국에서 손쉽게 많은 양의 마약을 들여왔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이제 해외 직구를 통해 마약을 구입하는 사례는 이제 드물지 않은 일이 되었으며,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씨앗 등을 구입해 대마를 재배하여 판매하다가 처벌되는 일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중독으로 인하여 범죄자 그 자신과 가족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도 더욱 중요한 문제다.

이와 관련해 배 변호사는 “과거 판사로 재직할 당시 판사들 사이에 농담처럼 떠돌던 이야기가 있는데, 보통 전과는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폭행 전과가 있는 피고인은 다음 범죄로 상해를, 그리고 다음에는 특수상해를 저지르는 식으로 범죄가 ‘발전’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마약범죄는 이 패턴을 파괴한다. 마약범죄를 한 번 저지르게 되면, 다른 전과는 사라지고 계속해서 마약 관련 범죄만 끊임없이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씁쓸한 예다.

인터넷 직구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을 구입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결국 그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배 변호사는 “마약을 접한 경험이 있다면 수사 개시 여부를 불문하고 가능한 빨리 변호사를 선임한 후 신속하게 자수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

마약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과 관련된 마약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위험한 현실에 비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마약범죄 예방을 위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배 변호사는 “여러 건의 마약 관련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은 ‘마약 범죄는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며, 한 번 임계점을 넘어가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며 “마약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정부가 마약 범죄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약 범죄에 대한 적극적이고 철저한 대책은 바로 지금 시행하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문=배지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 법률사무소 한평 대표변호사>


박준식기자 parkjs@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