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올라…"세상 변해도 인간 본질은 같아"
천명관 "'고래' 생명력은 독자 덕…과거 같지만 우리 이야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생명력이 있는 소설 같아요.

19년간 회자하며 읽혔는데 독자들 지지 덕에 살아남은 것 같아요.

"
천명관(59) 작가는 18일 '고래'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소감을 독자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대신했다.

천 작가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고래'는 오랜 시간 사람들끼리 돌려 읽으며 입소문이 난 소설"이라며 "제 이야기를 좋아해 주신 분들은 저와 생각이 통했다는 의미 같아 그런 부분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를 최종후보 6편 중 하나로 호명하며 "캐릭터는 비현실적이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다.

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번 후보 지명으로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았다.

설화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세 여성(금복, 춘희, 노파)의 거친 삶을 통해 인간의 파괴적인 욕망을 스케일 있게 그린 작품이다.

산골 소녀에서 벽돌공장과 고래극장을 거느린 소도시 사업가로 성공하지만 파멸에 이르는 금복의 일대기가 중심이다.

박색이라 소박을 맞고 홀로 살면서 돈에 집착하는 노파, 방화죄로 수감됐다가 출소해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거구의 춘희 등 각 인물의 기이한 서사가 폭풍처럼 전개된다.

천명관 "'고래' 생명력은 독자 덕…과거 같지만 우리 이야기"
천 작가는 '고래'에 대해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 같지만, 지금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눈으로 근대의 변화를 읽은 작품"이라며 "세상이 빨리 변하는 것 같아도 본질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우리, 인간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극히 한국적인 서사가 해외 독자들에게 통할 지를 묻자 "한국 이야기지만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어떤 욕망을 갖는지, 그들이 구축한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몰락하는지, 인간의 운명을 다뤘다"며 "소설 속 인물이 특이하고 이상하지만 결국 우리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천 작가는 '고래'가 영어권 문학계에 소개될 수 있었던 건 김지영 번역가의 공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어판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영국 에이전시가 '판타스틱, 엑설런트' 하다고 번역가를 무척 칭찬했다"며 "좋은 번역가를 만나게 돼 고마움이 크다"고 말했다.

천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출발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는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등의 각본을 썼으며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문단에 발을 들였다.

'고래' 이후 '고령화 가족'(2010), '나의 삼촌 브루스 리'(2012) 등의 소설을 펴내다가 지난해엔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를 했다
그는 "조용히 소설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지만 상황이 여의찮았다"며 "연재하다가 중단한 작품과 영화 프로젝트가 있어 꾸준히 소설과 시나리오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5월 23일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