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 매장 앞 전경. /사진= 김세린 기자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 매장 앞 전경. /사진= 김세린 기자
은은한 조명 아래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잔, 블루베리가 잔뜩 올라간 디저트. 그 가운데 책 한권을 두고 작은 목소리로 독서 토론을 하는 두 사람. 지난해 8월부터 '카페를 품은 서점'으로 자리 잡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의 모습이다.

10일 낮 12시 30분께, 광화문 교보문고에 위치한 스타벅스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음료와 책을 동시에 즐기기 위해 달려 나온 인근 직장인들로 붐볐다. 교보문고 측은 "지난해 하반기 북카페를 만들었는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1월 30일 이후부터 방문객이 증가하더니 최근엔 매출도 많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전자책과 도서정가재로 '종이책의 위기'라는 말도 나오지만, 서점과 카페의 특별한 만남이 도심 속 힐링 공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장 앞 진열된 책들과 안내 문구. /사진= 김세린 기자
매장 앞 진열된 책들과 안내 문구. /사진= 김세린 기자
이곳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잠시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주변의 카페의 경우 점심 시간에는 방문객이 몰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서점 속 카페는 평온한 분위기였다. 커피 향과 책 내음이 어우러지고, 재즈풍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면서 조용히 책에 집중하고,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대화를 하는 사람보다 책을 읽는 손님들이 더 많은 탓에 도서관 못지않게 조용한 분위기였다. 둘이 온 손님보다도 혼자 온 손님이 더 많았다. 최근 들어 회사 점심시간이 되면 이곳에 자주 온다는 직장인 박모 씨(55)는 "점심시간 시끌벅적한 카페에 가면 피로감이 쌓이는데,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간단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곳에서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 내부 전경.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김세린 기자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 내부 전경.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김세린 기자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인테리어 뿐 아니라, 실제로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꺼내 읽어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 눈치보지 않고 책을 즐길 수 있는 것. 매장 안쪽에 양쪽 벽이 독립된 형태의 좌석은 더더욱 '집중이 잘 되는 자리'인 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엔 가장 먼저 만석이 됐다.

1인 손님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독서 토론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직장인 황모 씨(33)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이곳에서 인근 직장인들과 만나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며 "의미 없이 흘러가는 대화가 아니라,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머리도 채우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매장 안에 넓게 자리한 1인 좌석과 휴식 공간들. /사진= 김세린 기자
매장 안에 넓게 자리한 1인 좌석과 휴식 공간들. /사진= 김세린 기자
해당 공간은 오랜 기간 동안 푸드코트가 있었다.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 끝에 '서점과 어울리는 카페'로 탈바꿈하고자 했다는 게 교보문고 측의 설명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제는 (이 장소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스타벅스 음료와 교보문고 내 판매하는 책 콜라보 굿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도 "교보문고는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상징적인 특색이 있어, 책과 커피로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쉴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대화하며 떠드는 카페의 느낌보다는 서점의 형태에 맞는 조용한 분위기에 맞는 구성 하고 싶었다"고 콘셉트를 설명했다.

교보문고 뿐 아니라 대형서점들은 최근 도심 속 힐링 공간을 표방하며 대형 북카페로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점들의 변신에 직장인뿐 아니라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이곳을 찾고 있다. 서울 용산역 영풍문고에는 할리스커피가 입점해 있다. 영풍문고 할리스커피에는 커플과 가족 단위 방문객, 학생 등 다양한 연령의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 영풍문고 내 북카페로 자리잡은 할리스커피 전경. /사진= 김세린 기자
서울 용산구 용산역 영풍문고 내 북카페로 자리잡은 할리스커피 전경. /사진= 김세린 기자
이곳 역시 서점 중앙에 자리해 책을 꺼내 읽기 편한 구조로 돼 있다. 음료를 주문하면 카페 내부 벽면에 걸려있는 이달의 도서, 베스트셀러 등을 읽으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 시간은 한정돼있지 않은 탓에 3~4시간 넘게 머물다가는 손님들도 많았다.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40대 학부모 김모 씨(51)는 "애들 학교를 보낸 오후 시간대에 엄마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온종일 있는 것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행복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대학교 수업이 없는 날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과제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 안모 씨(24)도 "책들에 둘러싸인 공간이라 그런지 스터디카페보다 공부가 더 잘되는 느낌이다"며 "공부하다가 관련 도서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