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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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타워크레인사업자로 구성된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 사업자의 지시나 허락없이 무단으로 타워크레인을 사용한 일부 기사를 상대로 배임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상길 타워크레인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내부적으로 혐의 증거를 취합하고 있으며 대략 3500여명이 1700억원 가량의 직간접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며 "증거가 확실한 사안만 추려 내달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조합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건설현장에 노조 소속 조합원이 채용될 수 있도록 강요, 협박, 산업안전보건법 및 환경법 위반 사항 고발 등으로 건설사와 타워크레인사업자를 압박했다. 특히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하도급 건설사(전문건설업체)가 '월례비'를 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월례비 규모는 타워크레인 한 기사당 연간 수천만원에서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사장은 "한 기사가 한 달에 2700만원을 받아가는 사례도 포착됐다"며 "노조는 월례비에 대해 '수고비', '임금 성격의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불법 금품수수'에 가깝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지시나 허락없이 명백히 회사의 재산을 유용해 근로자가 불법 수취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앞장서 지켜야할 조합원들이 이를 어겨가며 사용자의 재산인 타워크레인을 무단으로 이용해 대가를 받고 있다"며 "고용주인 사업자가 아무리 '주52시간제를 지켜달라','몰래 야근하지 말아달라', '위험한 작업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조측은 "건설현장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작업과 장시간 노동, 타워크레인으로 하지 말아야 할 작업을 하면서 받아온 수십 년 간의 관행"이라며 "건설현장 다단계하도급 속에서 일을 재촉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일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월례비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측은 하도급 건설사가 아무리 독촉해도 근로시간 제도인 주52시간제를 지켜야하고 고용주인 타워크레인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일을 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이사장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일을 해달라고 해도 기사는 이를 거부할 의무가 있다"며 "특히 근무시간외 근로는 안전사고 위험도 크기 때문에 하도급업체 지시에 앞서 타워크레인사업주나 안전관리자의 지시를 따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측이 월례비가 없으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우리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월급여가 700만원을 넘는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대법원에서 버스기사가 운행 중 몰래 받은 금액에 대해 횡령으로 인정해 회사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판례가 있다"고도 했다. 조합측은 "타워크레인 기사의 부당행위 및 태업은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가로 직결되고 이는 곧 분양가에 반영돼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심각한 문제"라며 "그 진상을 국민들에게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월례비 해법 마련을 위한 증언·토론회에서 “월례비는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무리한 공기단축 요구가 낳은 괴물”이라며 “월례비를 주고 받는게 불법이라면 주고 받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