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글로벌마켓나우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 진행한 파워포인트(PPT)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다시 Fed로 쏠린 관심…시장 “25bp 인상”

시장의 관심이 다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정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새 보고서에서 “중소형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Fed는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은행권의 경쟁적인 대출 축소만 해도 금리를 25~50bp 인상하는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입니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미 금융 시장이 긴축돼 있는 상황에서 Fed가 추가로 기름을 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금리를 25bp 올리면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는 미미한 채 금융 환경만 악화시킬 것이란 얘기입니다. 로젠그렌 전 총재는 “Fed의 신뢰성을 얘기하는데, 합리적인 경제 대응이 Fed 신뢰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JP모간과 씨티그룹은 나란히 ‘25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씨티그룹은 최종금리를 5.5%까지 올릴 것으로 봤습니다.

마크 해켓 네이션와이드 수석전략가는 “채권 시장은 금리 동결, 증시는 25bp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책정하고 있다”며 “만약 금리를 동결한다면 두 시장 모두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금리를 25bp조차 올리지 못할 정도로 금융 환경이 악화했다는 걸 Fed가 자인하는 꼴이란 겁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번에 25bp를 인상할 확률을 70% 이상 반영하고 있습니다.

◆‘AT1 채권’ 백지화에 깜짝 놀란 미·유럽 금융권


스위스 1·2위 은행인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간 인수합병이 깜짝 발표됐습니다. 총자산 1조6000억달러로, 골드만삭스를 능가하는 은행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CS의 주식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헐값에 인수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UBS 주가는 3.3% 오르고, CS 주가는 53% 급락했습니다.

시장 불안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CS가 발행했던 17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인 AT1(코코본드) 채권을 전액 상각 처리하기로 한 겁니다. AT1은 자본을 늘려주는 효과를 내는 후순위 채권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가적 완충장치로 도입됐습니다. 유럽에서만 2750억달러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CS의 주주보다 채권인 AT1 보유자들이 이번 자산 평가 과정에서 밀렸다는 겁니다.

패트릭 카우프만 아퀼라자산운용 매니저는 “AT1은 분명 주식보다 선순위”라며 “주주 가치가 제로가 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전략가는 “AT1의 완전 상각 처리로, 유럽 시스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JP모간은 “대다수 은행의 AT1 금리는 최근까지 연 8~10%였다”며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높은 비용(금리)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은행권의 자본 조달 비용이 커질 것이란 논리입니다. JP모간은 “AT1의 상각 처리로 시스템 전반의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엇갈린 두 지역은행

캘리포니아에 본점을 두고 있는 퍼스트 리퍼블릭은행(FRC)과 뉴욕이 본사인 뉴욕 커뮤니티은행(NYCB)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주가는 하루동안 47% 급락한 반면 뉴욕 커뮤니티은행 주가는 32% 급등했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은행 주가가 급락한 건 투자 등급이 크게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 컸습니다. S&P는 퍼스트 리퍼블릭은행의 투자등급을 종전 BB+에서 B+로 3단계 낮췄습니다. 지난 15일엔 A-에서 4단계 떨어뜨렸습니다. 은행 신용등급이 투기 단계까지 낮아진 겁니다. S&P는 “11개 대형은행의 지원과 배당 중단은 퍼스트 리퍼블릭은행이 얼마나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또 JP모간이 주도해 퍼스트 리퍼블릭은행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실화하면 기존 주주의 주가엔 희석 요인이 됩니다.

반면 뉴욕 커뮤니티은행 자회사인 플래그스타는 최근 파산한 뉴욕 기반 시그니처은행의 자산을 헐값에 인수하게 됐습니다. 예금 대부분과 일부 대출을 합해 초 384억달러 규모입니다. 인수 가액은 27억달러였습니다. 시그니처은행의 40개 지점은 즉각 플래그스타 지점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미국 내 지역은행 위기는 진정되는 분위기입니다.

◆메타처럼…2차 감원 나서는 아마존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AMZN)이 2차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 9000명 규모입니다. 이번엔 클라우드 컴퓨팅과 광고, 인사 부문이 우선 대상입니다.

아마존은 작년 11월 1만8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을 했었습니다. 앞서 메타 역시 1,2차에 걸친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선 기술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동시에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마존 주가는 이날 1.25% 밀렸습니다.

◆시장서 퍼진 경기 침체 불가피론

월스트리트에선 은행 위기 여파로 경기 침체가 확실시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JP모간은 이날 트레이딩 노트를 통해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워졌다”며 “잠시 오른다고 해도 약세장 랠리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증시가 다시 오르려면 인플레이션이 3.5%까지 안정되고, 은행 위기가 진정되며, 기업 실적도 개선돼야 한다는 겁니다.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전략가는 “지속 불가능한 투기 분위기 및 긴축 정책이 계속되면서 ‘민스키 모먼트’가 임박했다”며 “위기 전이를 막더라도 더욱 급격한 금융 경색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민스키 모먼트는 부채 누적과 투기가 임계점을 지나면서 자산이 갑자기 붕괴하고 경제 위기가 닥치는 겁니다.

모간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지막 약세장이 시작되고 있다”며 “은행권의 순이자마진이 줄어들면서 신용 경색 위험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방어주와 저변동성주로 피신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신흥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탈 창업자는 “차트를 보면 국채 금리가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며 “긴 시간의 수익률 곡선 역전 후 갑작스런 채권 시장 변화를 보건대 매우 빠른 시일 내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