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축구협회 "우리 비전과 안 맞아…계속 선명한 메시지 낼 것"
호주 매체 "반발 마주한 FIFA, 사우디 관광청 외 타 기관 찾을 수도"
'사우디 후원설'에 女월드컵 개최국들 엄포…"FIFA 마음 돌리나"(종합)
1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을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할 가능성에 인권 단체, 개최국 등의 우려가 커진다.

대회 공동 개최국인 호주, 뉴질랜드가 "우리 비전과 어긋난다"며 엄포까지 놓은 가운데 결국 FIFA가 사우디 측과 파트너십을 다시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축구협회의 제임스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사우디 측과 (FIFA의) 파트너십은 우리 모두의 비전과 어울리지 않으며, 우리 기대에도 못 미치는 행동이라는 압도적인 합의를 확인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어 "현재 사우디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사실은 FIFA 측에 확인받은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지역사회와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해보니 우리는 마음 편하게 이 협력 관계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파트너십에 대한 세부 정보를 FIFA가 밝힐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호주, 뉴질랜드축구협회와 지역사회를 대표해 명료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후원설'에 女월드컵 개최국들 엄포…"FIFA 마음 돌리나"(종합)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 스포츠매체 디애슬래틱은 사우디 관광청의 브랜드인 '비지트 사우디'(Visit Saudi)가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 등 브랜드와 함께 가장 높은 등급인 파트너십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월 말 보도했다.

이후 FIFA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개최국 호주와 뉴질랜드에도 아직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보도 직후 호주와 뉴질랜드축구협회는 FIFA에 서한을 보내 "수십 년간 양성평등을 가장 중요시 했고 이러한 이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우디 관광청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심각한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나라가 사우디와의 스폰서 계약을 반대하는 것은 사우디가 대표적인 여성 인권 탄압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은 결혼하거나 감옥에서 풀려날 때 등 여러 상황마다 남성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차별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사우디는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려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 대거 투자해 '스포츠 워싱'을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우디 후원설'에 女월드컵 개최국들 엄포…"FIFA 마음 돌리나"(종합)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날 이번 대회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세계적 여자 선수들과 개최국의 반발에 FIFA가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FIFA가 비지트 사우디와 파트너십을 재검토하는 안도 고려 중이며 현지시간으로 이달 16일 르완다에서 열리는 총회 전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가 이번 대회를 통해 자국의 관광 자산을 홍보하려는 만큼, FIFA가 관광청이 아닌 다른 사우디 측 유관기관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우디를 둘러싼 '인권 문제'에 대한 명시적인 해결책은 아닌 터라 추후 반발이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남자 월드컵 당시에도 개최국 카타르 내 동성애 탄압, 노동 문제 등 '인권 논란'이 불거져 카타르를 옹호한 FIFA에 인권 단체를 비롯한 서방 국가, 언론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32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여자 월드컵 본선은 7월 20일부터 한 달간 열린다.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서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H조에서 독일, 모로코, 콜롬비아와 경쟁한다.

'사우디 후원설'에 女월드컵 개최국들 엄포…"FIFA 마음 돌리나"(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