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오르자 회사채 투자매력↓…"눈치보기 장세 진입"
회사채 연초강세 끝났나…통화정책 불확실성에 가산금리 확대
연초부터 이어진 회사채 시장의 훈풍이 꺾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긴축정책 완화 기대감이 수그러들며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자 회사채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강세장에 피로감도 쌓였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AAA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값인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지난달 24일 기준 47.8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0일(45.5bp)과 비교할 때 2.3bp 더 확대된 것이다.

AA-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도 같은 기간 67.7bp에서 69.6bp로 커졌다.

크레디트 스프레드(가산금리)란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다.

회사채는 국고채보다 신용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금리도 더 높은데,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현재 회사채의 위험부담을 크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통상 국고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회사채 발행금리를 결정하므로 가산금리가 확대될수록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은 늘어난다.

회사채 시장에서의 유통량도 주춤했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주(2월 20∼24일) 유통량은 5조5천945억원으로 전주보다 약 6천200억원 줄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에서의 연초 랠리는 사실상 끝났다"면서 "지금부터는 시장이 국고채 금리와 대외적 여건 등 여러 요인을 눈치 보며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 강세가 주춤한 건 통화정책 불확실성 탓이 커 보인다.

연초 회사채 시장이 강세를 보인 배경 중 하나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국고채 금리가 급락했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의 투자 매력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긴축정책 완화 기대감이 잦아들면서 최근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기준 한때 연 3.110%(지난달 3일 기준)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지난달 27일 기준 연 3.683까지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역시 지난달 중순까지 기준금리 연 3.50%를 줄곧 밑돌았지만 지난달 27일에는 연 3.619%까지 상승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기준금리를 웃돌기 시작하는 등 그동안 회사채를 살 수밖에 없었던 금리 환경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회사채 시장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점도 최근 회사채 강세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PF 리스크는 여전한 반면, 새해 들어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에 의존해 가산금리가 과도하게 빨리 축소되면서 피로감이 쌓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우려에 회사채 등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은 지금보다 회사채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연초에 워낙 강세였던 만큼 기술적 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