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의 공매도 보고서로 촉발된 이른바 '아다니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도 펀드들는 오히려 수익률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증시에서 아다니 관련 주식들은 급락했지만, 다른 종목들의 주가는 굳건하면서 수익률을 지켰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펀드가 단기 조정을 받을 땐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22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 최근 한 달간 국내 해외주식형 펀드 중 '인도 펀드' 24개의 평균 수익률은 1.3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펀드(0.5%), 브라질펀드(0.09%), 베트남펀드(-1.89%) 등 대비 높은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 평균(5.58%)과 비교하면 부진한 수치이지만, 주목할 점은 수익률이 최근 들어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6개월, 3개월 손실률은 각각 6.99%, 6.2%였지만 이달 들어 반등하며 월간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설정액 추이를 봐도 지난 6개월, 3개월간은 각각 260억원, 121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최근 한 달로 기간을 좁혀보면 24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됐다. 인도펀드 24개의 설정액은 4123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상장지수펀드(ETF)도 순항 중이다. 국내 인도 관련 ETF 상품은 두 개다.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와 'KOSEF 인도Nifty50'(합성)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각각 4.04%, -0.19%다.

두 ETF는 인도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Nifty 50 지수를 추종하는데, 이 지수는 타타 스틸과 NTPC, SBI, 타타 모터스, ICICI 은행 등 인도국립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형사 50곳으로 구성됐다. 지수에는 아다니 사태 관련주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Adani Enterprises)와 '아다니 포츠 앤 스페셜 이코노믹 존'(Adani Ports and Special Economic Zone) 등 두 종목도 담겨있지만, 이들 비중이 1%가량이어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각사 펀드매니저들은 설명했다.

펀드들은 아다니 사태로 인도 증시 전반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을 비껴갔다. 지난달 25일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힌덴버그 리서치는 "아다니그룹이 뻔뻔한 주가조작·분식회계에 관여해 왔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고 기업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소전기차 기업 니콜라의 사기 혐의를 폭로한 바 있는 힌덴버그 리서치는 시장에서 '공매도 저승사자'로 불린다.

보고서 여파로 그룹 주력사 중 한 곳인 물류·에너지업체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25억달러(3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유상증자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자 이달 초 돌연 유상증자를 취소했다.

아다니 그룹주의 주가는 가파르게 밀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달 25일부터 전일까지 약 한 달간 아다니 그룹 계열사 10곳의 시가총액은 1360억달러(176조원) 넘게 증발해, 결국 이들 회사 시총 합이 1000억달러(130조원) 밑으로 붕괴됐다.

연일 급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주요 외신들은 아다니그룹 자산가격 하락세가 이어져 투자자 신뢰가 흔들린다면, 인도 경제 성장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이 시기 국내 인도 펀드가 오히려 선방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다니 그룹주를 제외한 다른 상장사들의 주가나 인도 지수가 조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아다니 그룹 상장사 상위 7곳의 인도 증시 비중이 5~6% 수준인데, 보고서 발표 직후 현재까지 인도 증시 하락률은 1% 안팎에 그쳤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인도 현지 시장 참여자들이 아다니 이슈를 개별 그룹 악재로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인도 주식, 인도 펀드들이 단기 조정을 겪을 경우 추가로 매수할 것을 권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아다니 이슈가 인도 시장 전체에 혼란을 주는 게 아니느냐는 우려를 했지만, 시장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아다니 그룹만의 개별 악재로 인식하면서 다른 종목들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 증시는 경제 성장 잠재력, 미·중 패권경쟁 수혜 등 성장성이 큰 만큼 혹시 조정을 받게 될 경우 추가 매수를 권한다"고 했다.

김종협 키움투자자산운용 멀티에셋운용본부장은 "인도시장이 신흥국 투자처로 주목 받으면서 최근 몇년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데 이번 아다니 그룹 사태가 투자심리를 꺾을 정도로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은 듯하다"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그룹주 이외의 주식들이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