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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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떠날 때면 창문 밖으로 펼쳐진 풍경 말고도 기대하는 게 있죠. 좁은 테이블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는 용도지만 그 자체로 여행을 상징하는 식사, 기내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항공사들이 기내식 축소에 나섰습니다. 식재료를 더 저렴한 것으로 바꾸거나, “환경을 생각해 달라”며 기내식을 먹지 말고 건너 뛸 것을 권유하는 항공사들이 등장했습니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한 항공권 가격을 감수한 승객들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새우 대신 닭고기로 단백질 구성”

비행기값 올려놓고 "기내식 건너뛰시죠"…승객들 불만 폭발 [노유정의 제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 항공의 자회사 SATS는 지난 13일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새우가 너무 비싸면 기내식 재료를 닭고기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SATS는 항공사들에 기내식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이는 비용 절감 방안의 일환입니다. 케리 목 SATS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며 “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의 양을 줄이거나 단백질을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원재료 부담이 올랐으니 기내식의 품질을 낮추겠다는 뜻인 거죠.

○“기내식 먹는 것 비윤리적?”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기내식 취소 선택지’를 도입하는 항공사가 늘었습니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일본항공 등입니다.

일본항공은 올 초 승객들에게 “기내에서 식사하지 않는 것이 윤리적인 일”이라며 기내식을 거르기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기내식은 음식물 쓰레기를 생성한다는 겁니다. 일본항공은 2020년 일부 노선에 한시적으로 도입한 기내식 취소 선택지를 전 항공에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기내식을 먹지 않기로 한 탑승객들에게는 어매니티 키트를 제공해, 쓰레기를 생성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델타항공은 비즈니스 클래스인 델타원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미루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델타 원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비행기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방안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간 델타항공이 친환경을 위해 그리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유나이티드항공도 기내식 취소 선택지를 도입했지만 마일리지 같은 혜택은 없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 손실 누적

소비자들의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항공사들로서는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합니다. SATS의 3분기 순이익은 50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8731만원)로 전년 동기(510만달러) 대비 90% 이상 급감했습니다. 그마저도 적자를 봤던 전 분기(순손실 990만 싱가포르달러)보다는 개선된 수치입니다.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 SATS 주가는 장중 8%까지 떨어졌다가 4.7%로 낙폭을 일부 줄인 채 마감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1380억달러, 2021년 420억달러, 지난해 69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누적 1869억달러(243조원) 규모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