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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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니냐”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윤핵관을 겨냥해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반응했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밝혔다. 정치권에선 당대표 선거를 놓고 벌이는 안 의원과 윤핵관 간 주도권 싸움에서 윤 대통령이 윤핵관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안철수 대신 윤핵관 거들은 尹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3일 안 의원 인터뷰를 전해 들은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윤핵관은)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윤핵관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주변 참모들에게 휘둘리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만든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당시 인터뷰에서 “사실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윤핵관에서 찾는다”며 “너무 심하고 무리하게 사람들을 쳐내고 자기들만의 아성을 구축하는 그런 모습들을 국민들이 제일 싫어한다”고 질타했다. 장제원 의원을 향해선 “윤핵관의 지휘자로 보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 주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면서 “윤핵관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安, 윤 대통령 스타일과 잘 안맞아”

안 의원과 윤핵관이 당대표 선거를 두고 사실상 전면전에 들어간 가운데 나온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번 선거를 보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확산됐다. 장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의원들은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윤안연대’(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연대)를 앞세우는 것에 대해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취지지만, 그동안 쌓인 안 의원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는 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공동정부 합의를 하고 대선을 승리한 후 안 의원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안 의원에게 정부 인사도 일부 추천받았다”며 “거의 매일 독대하다시피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전혀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두 사람의 국정운영 철학, 스타일은 잘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안 의원에 대해 “(정부 출범 후) 나와 밥 한 번 안 먹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내 생각을 잘 아느냐”며 안 의원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의원과는 작년 연말에만 대통령 관저에서 두차례 만찬을 함께 했다.

○“당대표 선거 너무 과열됐다” 우려도

대통령실에선 “당 대표 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전당대회 후 국정운영과 당 통합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참모들은 비윤과 반윤계 당 대표 후보들이 “윤 대통령에게 무능한 대통령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출사표를 던진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윤핵관 등 친윤계 의원들을 싸잡아 “우리 당과 대한민국을 망치는 간신배는 더 이상 국민의힘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통령실은 다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당 대표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공개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당대표 선거에 관여할 경우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견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현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받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