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억 횡령·배임 혐의…"피해 규모·범행기간 특정안돼"
'고객 돈 횡령 혐의'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자 2심도 무죄
고객 자산 47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박재영 김상철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A사 운영자 이모(56)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고객 예탁금 329억원을 빼돌려 자신의 가상화폐 투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무단 사용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로 기소됐다.

법인 고객들이 맡긴 14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개인 고객에게 '돌려막기' 식으로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운영한 가상화폐거래소가 실제로는 다른 유명 거래소의 시세 창을 외관만 빌려와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민 '가짜 거래소'였다고 봤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체적인 피해 금액을 특정하지 못했고, 이씨가 불법적으로 돈을 챙길 뜻이 있었음을 증명하지도 못했다며 횡령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 혐의 역시 이씨가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비트코인이 '약 2천200개'로 적힐 뿐 특정되지 않았고, 범행 기간도 모호하다며 검사의 공소 제기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같은 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일부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날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며 불허했다.

이씨는 1심에서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이 부분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실체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보면 많은 피해자가 있었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면서도 "재판부는 법리에 따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