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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는 지금
[마켓PRO] "투자 실패 죄송" 슈퍼리치에 사과문 보낸 PB들
'지난 한 해 시장 상황을 예측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계묘년 새해를 앞둔 지난해 연말 슈퍼리치를 담당하는 일부 프라이빗뱅커(PB)들은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미 연준의 금리 속도 조절을 예상한 채 핑크빛 미래를 섣불리 예측했던 것에 대한 자아 성찰을 담았다. 시장의 방향을 맞췄을 때는 영웅이 되지만 그 반대 상황이 됐을 땐 순식간에 내 피 같은 돈을 날린 역적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반성문을 작성했던 한 PB는 작년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새해에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고 했다. 주식에 물린 슈퍼리치들은 새해 어떤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계묘년 새해에도 투자 심리가 살아나긴 힘든 여건 같습니다. 고객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손실률이 큰 고객분들이 있다보니 분위기가 좋진 않습니다. 아예 관심을 끊어버린 분들도 있고 조용한 분위기네요"

▶손해를 본 분들이 많은가요?
"작년 8~9월까지만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있었고 주식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여겼죠. 저희도 그렇고 당사 리서치센터도 그렇고 그런 예측을 했고, 고객들도 동의했었습니다. 고액자산가분들은 저희의 제안만으로 투자를 하시지 않습니다. 본인들도 공부를 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죠. 물론 당시엔 그런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저희가 제안을 드린 게 지금와선 잘못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주로 손실을 본 분들이 다수인가요?
"슈퍼리치들의 경우 선진국의 우량성장주를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해 손실율이 30%까지 확대된 고객들이 다수입니다. 배당주에 투자를 했더라도 배당으로 얻은 수익이 10% 남짓이지만 종목 자체가 20%가량 빠졌기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작년엔 해외주식 비중이 높은 고객들은 환차익을 통해 손실률을 줄여나갔지만 환율마저 하락하면서 기댈 곳이 사라진 셈이죠"

▶올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대부분 전문가들이 상저하고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증권사는 물론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이 심하게 엇갈립니다. 작년에 한번 예상이 빗나간터라 다들 신중해서인지 정확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PB들도 한가지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투자 포지션을 취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슈퍼리치들의 경우 작년 하반기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줬습니다. 손실율이 적은 종목은 손실을 감내하고 손절매를 했고, 손실률이 큰 빅테크 종목들은 장기 투자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신규 주식 투자는 아예 하고 있지 않은가요?
"일부 고객이 2~3월 미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예상하고 미리 주식을 좀 사두자는 의견을 내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자금들은 어디로 이동을 했나요?
"아주 보수적인 분들은 10년짜리 장기 채권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금리가 높아진만큼 향후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기물을 택한 것이죠. 반대 성향인 분들은 단기채권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예금 금리가 5~6%라고해도 만기를 채워야만 금리가 보장되기 때문이죠. 언제든 자금을 빼서 재투자해 손실을 줄여보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지 않은 중간 성향의 분들은 배당주를 노리고 있습니다. 주가가 바닥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더빠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죠"

▶은행으로 간 자금도 다수 있다던데요
"네 맞습니다. 주식에 싫증이 난 고객들이 은행으로 자금을 옮겼는데 그것도 본인의 자금이 어떤 시점에 만기가 되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1년간 돈을 묶어놨을 때 5%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유리한 채권과 비교를 하는 것이죠. 실제로 증권사 발행어음의 경우 5% 정도되는데 수시로 자금을 뺄 수 있어서 은행보다 증권사를 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향후 어떤 부분들을 확인하며 투자를 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우선 1월 빅테크들의 실적을 점검할테고 연준의 2~3월 금리인상폭을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시장이 반등할테니까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댄 고액자산가들도 있다던데요?
"PB들이 추천하는 상품은 아니지만 젊은 고액자산가 중엔 손실난 종목들을 손절하고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에 투자한 사례가 저희 지점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더욱 참담합니다. 나스닥이 10% 빠진 상황에서 잘못 레버리지 상품에 손댔다가 손실률이 50%까지 불어난 고객도 있습니다. 한번에 만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박을 감행한 탓이죠"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