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운명의 주간이자 '슈퍼위크'입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2부작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 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BOE)의 금리 결정도 같은 날에 몰려 있습니다. 공교롭게 월드컵 경기도 FOMC와 시청률 경쟁을 하려는 듯 한 날 한 시에 편성돼 있습니다.

같은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사상 첫 생방송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정리하며 월드컵 방송 해설자 같은 역할을 해줄 전망입니다.
"30개국 운명의 날"…15일 '금리 인상' 빅매치 열린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이밖에도 스위스와 노르웨이,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등 10여개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까지 포함해 30개가 넘는 국가들이 금리 인상 폭을 같은 날 확정하는 셈입니다.

대규모 'A매치 데이'가 된 15일 주요국의 금리결정을 중심으로 이번주 글로벌 증시의 일정과 이슈를 정리해보겠습니다.

FOMC 발표문 딱 한 페이지만 보면 끝난다

"30개국 운명의 날"…15일 '금리 인상' 빅매치 열린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올릴 가능성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12일 공개되는 11월 CPI가 8%대가 나오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이게 곧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이 부분은 Fed가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4시에 내놓는 경제전망(Economic Projections) 보고서의 2페이지에 집약돼 있습니다.

우선 파월 의장의 얘기처럼 금리의 종착역입니다. 내년 4.6%로 돼 있는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큰 관심사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5%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5.25%를 초과한다면 내년 2월 FOMC에서도 빅스텝을 밟을 공산이 커져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둘째 관전포인트는 고금리 유지기간입니다. 시장에선 정책 전환(피벗)으로 부르고 있는 기간입니다. 9월 FOMC에선 내년으로 예상됐습니다. 내년 금리가 4.6%이고 2024년 금리가 3.9%로 전망됐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도 피벗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내년과 2024년 금리 전망치의 격차가 줄어들면 시장엔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30개국 운명의 날"…15일 '금리 인상' 빅매치 열린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셋째는 경기침체 여부입니다. 9월 FOMC에선 약한 경기후퇴나 짧은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 성장률이 0.2%로 떨어졌다가 내년에 1.2%, 2024년에 1.7%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죠.

실업률은 내년에 4.4%로 뛰었다가 2024년에도 계속 그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고금리가 오래 가면 성장률 회복 시점이 더 늦어지고 실업률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삭스를 인용, 월가의 큰 손들이 Fed의 피벗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U와 영국도 같은 날에 빅스텝?

"30개국 운명의 날"…15일 '금리 인상' 빅매치 열린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Fed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Fed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런 점이 이번주 일정에 잘 반영돼 있습니다. ECB와 BOE는 Fed의 결정이 나온 이후에 금리를 결정합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 성격의 토론회에 나옵니다. 한국시간으로는 모두 같은 날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한경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한경DB
우선 이 총재는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11시에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하는 생방송 토론회에 나섭니다. 한은 총재의 첫 생방송 토론회입니다.

그동안 한은 총재들은 여러 이유로 생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총재는 다릅니다. 그것도 FOMC와 파월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지 5시간 정도 후 시점입니다. 파월 발언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지난달 이 총재는 3.25%인 한국의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발언 이후 이 전망이 바뀔 지가 큰 관심사입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에 필리핀(오후4시) 스위스(오후 5시30분)와 노르웨이(6시), 대만(6시) 등도 금리 결정회의를 엽니다. 시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30개국 운명의 날"…15일 '금리 인상' 빅매치 열린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그날 밤엔 유럽과 영국도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영국 기준금리 결정은 오후 9시이고 ECB의 기준금리 결정은 같은날 오후 10시15분입니다.

현재로서는 BOE와 ECB 모두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전날 나오는 영국 11월 물가상승률이 10월이나 예상보다 높으면 영국은 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FOMC와 같은시간엔 프랑스와 모로코의 2022년 월드컵 준결승전도 열립니다. 과거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은 모로코가 이번에도 식민지 더비에서 승리하는 파란을 이어갈까요. 모로코는 8강전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습니다. 모로코는 예선부터 8강전까지 시장 예상을 깨고 벨기에와 포르투갈 등 유럽 강호들을 모두 이겼습니다.

빅매치 데이인 15일 꼭두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금리인상 월드컵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시장 예상대로 끝날 지 그렇지 않을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나머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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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