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중소기업계를 덮친 가운데 위기를 기회 삼아 혁신에 나선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불황일 때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공식’을 따르지 않고 도리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마케팅 강화, 연구개발(R&D) 집중이라는 역발상 전략을 구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폐기물 줄이고 상생 경영 강화

바디프랜드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ESG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8년 7월부터 사내 카페에서 모든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하는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사내 친환경 문화를 조성해 임직원들이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ESG 경영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회용 컵 대신 개인 텀블러 사용, 종이 포장재 및 종이 빨대 사용, 임직원 복지시설인 반찬가게 내 다회용기 제공 등의 모습은 이제 바디프랜드에선 일상이 됐다. 매장에도 친환경 행보가 엿보인다. 올해 신규 전시장 10개를 개점하고 9개 전시장을 확장 이전한 바디프랜드는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절감하는 자원순환 시스템인 업사이클링을 구축했다. 2020년 3월부터 신규 소비자의 안마의자를 수거한 후 재활용업체에 인도해 플라스틱, 고철 등 모든 재료를 재활용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판로 지원사업 ‘일사천리’를 진행하며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일사천리는 중소기업 판로 지원과 육성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홈앤쇼핑의 대표 중소기업 지원사업이다.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TV 홈쇼핑 방송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 요청사항을 적극 반영해 모바일 상시 판매를 활성화하고 주문 기간도 확대했다. 모바일 상시 판매 활성화로 △일회성 방송 한계 극복 및 안정적 판로 제공 △사전 판매 추이 분석을 통한 판매 물량 예측 및 재고 리스크 감소 △방송상품 외 보유 상품 추가 판매 등의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 홈앤쇼핑은 올해 1월 조직 개편을 통해 중소기업 판로 지원 확대를 위한 역량을 강화했다. 중소기업 지원업무 전담 조직인 중기성장지원실을 중기지원본부로 격상했다.

○시장 트렌드 파악 후 마케팅·R&D 강화

청호나이스는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해 불황 때 주력 제품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은 ‘얼음나오는 커피머신 에스프레카페’를 주력 제품으로 정하고 올해 판매 규모를 전년 대비 3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로나19로 홈카페 트렌드 확산과 위생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얼음정수기를 정수기 시장의 대세 제품으로 키운 데 이어 에스프레카페를 대표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쓴 마케팅 전략까지 빛을 발하면서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 3분기 조기 달성했다”고 밝혔다.

79년 동안 도자기산업 외길을 걸어온 한국도자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자기업체로 성장했다. 한국도자기 본차이나 제품이 오랜 기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영신 한국도자기 대표는 일관생산 시스템을 꼽는다. 원료 제조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국내 유일한 일관생산 시스템을 갖춘 한국도자기는 충북 청주 본사에 2개의 본차이나 전문 생산공장과 1개의 전사지 생산공장이 있다. 직원은 300여 명이다. 한국도자기의 럭셔리 브랜드 프라우나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 기준이 있어서다. 생산 공정마다 숙련된 검사원의 검사표준에 의해 선별되는 최고 제품만이 소비자 식탁에 오를 수 있다.

글로벌 패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한세실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패션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패션테크’가 화두로 떠오른 점을 공략했다. 한세실업은 국내 의류 ODM업계에서 처음으로 버추얼디자인(VD) 전담팀을 구성했다. 2017년부터 자체 3D(3차원) 디자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 샘플을 제작해 불필요한 샘플 원단 폐기물과 샘플 전달 때 소요되는 포장재 및 운송 연료 등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 효과를 모두 얻고 있다는 평가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연구개발(R&D)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한세실업은 고도화된 IT 시스템을 앞세운 업무 효율성 제고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