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경영권 프리미엄'은 콩글리시다
한국에선 통용되지만 영어권 국가에선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 표현을 콩글리시라고 한다. 어떤 용어가 콩글리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구글 검색창에 해당 단어를 영문으로 쳐보는 것이다. 콩글리시라면 한국어 사이트만 잔뜩 뜨거나 의도와 다른 엉뚱한 검색 결과가 나온다.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는 어떨까. 한국에서는 흔히 경영권을 ‘management rights’로 번역한다. 네이버에서 ‘management rights’를 검색하면 ‘경영권’이라고 뜬다. 반면 구글 검색창에 똑같은 말을 쳐보면 호주의 공동 주택 단지 관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엉뚱한 검색 결과다. 여기에 ‘premium’까지 붙이면 결과는 더 엉뚱해진다.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흔히 사용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는 사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개념, 즉 콩글리시다.
[토요칼럼] '경영권 프리미엄'은 콩글리시다
경영권 프리미엄의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은 ‘컨트롤 프리미엄(control premium)’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쓰이는 경영권 프리미엄과는 의미가 다르다. 어떤 상장사의 주가가 주당 10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내가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하면 주당 130달러로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치자. 여기서 나오는 주당 30달러의 기업 가치 차이가 바로 컨트롤 프리미엄이다. 이 프리미엄은 기존 경영진보다 경영을 더 잘해서 생길 수도 있고,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 간 시너지 효과로 생길 수도 있다.

어쨌든 인수자는 ‘내가 인수하면 회사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가정하에 주당 30달러의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한다. 그리고 그 프리미엄은 기존 대주주뿐 아니라 전체 주주가 나눠 갖는다. 유럽,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선 상장사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려면 소액주주 지분까지 똑같은 가격에 사줘야 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다. 미국에는 이 제도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모든 주주를 똑같이 보호해야 하는 이사회의 신의 성실 의무 때문에 사실상 공개매수가 필수다.

가장 최근의 예로 일론 머스크는 공개매수를 통해 트위터를 주당 52.20달러, 총 440억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계획 발표 전에 비해 38%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LG화학은 지난달 나스닥시장 상장사 아베오파마슈티컬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43% 프리미엄을 제시했다. 역시 똑같은 가격에 지분 100%를 모두 사들이는 거래다.

반면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분만 사면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 이 지분에만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경영권은 재산’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선진국 중 유일하다. 자연히 경영권 프리미엄은 대주주끼리 경영권을 거래하면서 주고받는 웃돈 혹은 권리금 정도로 여겨진다. 프리미엄은 피인수회사의 ‘회장님’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책정된다. 인수 후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및 시너지 창출 전략에 따라 프리미엄이 정해지는 다른 선진국과의 차이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금융위원회가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콩글리시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한국형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논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개매수 시 지분 100%가 아니라 일부 지분만 사면 되도록 허용하되, 최대주주 지분은 모두 사주도록 하는 방안이다. 여전히 소액주주를 차별하겠다는 발상으로 정책 취지를 크게 훼손한다.

이런 누더기 법안이 논의되는 건 M&A가 위축될 수 있다는 사모펀드 등 업계의 우려 때문이다.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하면 거래 금액이 너무 커져 M&A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다. 그래서 일부 지분만 인수하면 되도록 하자는 건데, 대신 최대주주 지분은 다 사줘야 M&A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거래 금액이 커져 M&A가 위축된다는 것은 기우(杞憂)다. 대주주만 향유하던 과도한 프리미엄을 줄이면 전체 비용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 거래 금액이 커져도 경영능력을 갖춘 인수자가 설득력 있는 시너지 창출 전략을 제시하면 인수 자금을 댈 만한 투자자는 널렸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미래에셋이 인수자금을 대는 세상이다.

소액주주 지분은 일부만 사면서 최대주주 지분은 모두 사주자는 것은 일부 사모펀드의 이기적인 발상이다. ‘나는 권리금(최대주주에게 지급한 경영권 프리미엄) 주고 인수했는데 팔 때 권리금을 못 받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들면 가장 많은 수혜를 보는 것도 사모펀드업계다.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위의 정책 목표도 주주 보호의 공정성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