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英 빅토리아 박물관에서 헤매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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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170년 역사의 V&A
최초로 열린 '한류' 전시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세트에
정체 알 수 없는 한복 진열
'한류의 본질' 우리 스스로 몰라
김보라 문화부 차장
최초로 열린 '한류' 전시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세트에
정체 알 수 없는 한복 진열
'한류의 본질' 우리 스스로 몰라
김보라 문화부 차장
과장된 비유일 수 있지만 미술관과 박물관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전시회가 매일 열리지만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전시엔 공통점이 있다. 잘 몰랐던 것을 깊게 알려주거나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온전히 새롭게 보게 만들어주는 것. 그래서 좋은 전시를 보고 난 뒤엔 지적인 희열이나 미적인 감동이 찾아온다. 맛집의 그 어떤 맛과 같이 하나의 이미지가 오래 남아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거창한 기획 의도와 전시는 괴리가 컸다. 백남준의 대작 ‘미라지 스테이지’(1986)를 지나자 갑자기 소가 밭을 가는 옛날 압구정동 사진과 지금의 강남 야경 사진이 함께 배치됐다. 전쟁 후 분단의 짧은 역사를 소개한 뒤엔 영화 세트처럼 복제된 1960~1970년대 서울 중심가 상점들의 간판이 놓였다. 그 안엔 PC방의 컴퓨터, 휴대폰, 럭키 비누, 금성 TV, 자동차 모형 등이 맥락 없이 진열됐다. 예상대로 오징어게임의 마네킹도 이유 없이 서 있었다. 단지 해외에서 이름이 알려진 탓일까. 작은 TV 화면에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상영되고 그 옆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틸컷이 붙었다. 물론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방 화장실 세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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