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한계 벗고 금융그룹 도약 견인…자녀특혜 의혹에 사임
1·2대 회장 모두 정권 교체기 사퇴…정치권 낙하산엔 반대 여론
임기 못 채운 김지완 회장…BNK금융 최고경영자 반복되는 불명예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받는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이 임기를 5개월 앞두고 사퇴를 결정하면서 BNK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불명예 퇴진 사례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김 회장은 7일 회장에서 공식적으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내년 3월 말까지 임기 만료를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김 회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 감사에서 아들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이후 1주일 만에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이어지자 사퇴를 고심해왔다.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와 계열사 2곳을 상대로 김 회장 아들과 관련해 그룹 차원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과 채권 몰아주기 의혹, 그룹 회장 후보군을 내부 인사로 제한한 폐쇄적인 지배구조 문제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못 채운 김지완 회장…BNK금융 최고경영자 반복되는 불명예
김 회장은 부국증권 대표(1998년∼2003년), 현대증권 대표(2003년∼2007년), 하나대투증권 대표를 거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하나금융지주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지냈다.

2007년 전임 회장이 구속되는 등 경영 위기 상황에서 외부 인사로 제3대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해 2020년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2017년 9월부터 5년여 동안 BNK금융지주를 이끌면서 지방은행의 한계에서 벗어나 캐피탈, 증권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 분야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등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계열사에 속칭 '아빠 찬스'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김 회장은 중도 퇴진으로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 4일 최고 경영자 내부 승계 원칙을 깨고 외부 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빌미도 제공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임기 못 채운 김지완 회장…BNK금융 최고경영자 반복되는 불명예
BNK금융지주 최고경영자의 불명예 퇴진은 금융지주 전환 이후 내리 3번째이다.

1대 이장호 전 회장(2011∼2013년)과 2대 성세환 전 회장(2013∼2017년) 모두 구속되는 수모를 겪고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엘시티(LCT)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부산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성 전 회장은 자사 주식 매입을 권유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부당한 채용을 지시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성 전 회장은 엘시티 사업에 부당한 방법으로 300억원을 대출한 혐의에 대해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무죄를 받기도 했다.

부산경실련은 "BNK 금융 회장과 관련한 의혹이 이른 시일 내에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의혹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는 시도가 있다면 지역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