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가 지난 8일 은퇴했다. 그는 2001년 데뷔 이래 해외에 진출한 시즌을 제외하면 17년간 롯데에서만 뛴 ‘원 클럽 맨’이다. 많은 팬들이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이유다. 최근엔 이런 원 클럽 맨을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선수 관리 체계가 발달해 활동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졌고, 스포츠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유계약(FA) 등으로 더 좋은 제안을 한 곳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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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요즘 한 회사에서 커리어를 마감하는 ‘원 오피스 맨’을 꿈꾸는 직장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평균 수명이 대폭 늘어나고 은퇴 시기가 과거보다 늦어져 저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들은 ‘이 일이 정말 내가 꿈꾸는 일일까’ ‘10년 후 내 모습은 어떻게 돼 있을까’ 고민하며 살아간다. 현 직장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커리어를 그리며 스펙을 쌓는다.

◆바쁜 직장인 위해 주말에도 수업

경영학 석사과정(MBA)은 경영학 전반의 지식을 배우고 경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많은 MBA 졸업생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해 나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MBA는 기업 임원 또는 직장인들이 단순히 스펙을 더하려고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실무 역량과 리더로서의 자질을 향상할 수 있는 필수 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국내 MBA는 탄탄한 동문 네트워크, 해외 MBA 과정보다 저렴한 학비, 국내 기업 환경에 맞는 맞춤형 강의, 풍부한 장학금 혜택 등 유리한 점이 많아 날로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해외 직접 유학을 떠나는 게 어려워지고 올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MBA를 찾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많은 직장인이 MBA를 통해 실무 역량과 이론을 모두 갖춘 전문가로 변신하길 꿈꾼다. 하지만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면서 MBA 과정까지 밟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 대학들은 이 같은 수요를 감안해 주말 또는 야간 수업을 진행하며 업무와 학업 병행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로 28년째를 맞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MBA 과정이 대표적이다. 핀란드 알토대와 공동 운영하는 이 과정은 1년6개월(3학기)간 수업한다. 국내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코스로 알려져 있다. 7월 말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핀란드 현지에서 2주간 교육을 마치면 국내 MBA와 알토대 EMBA 학위를 함께 취득할 수 있다.

이화여대 MBA 과정도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학교는 직장인의 여건을 고려해 토요일 강좌를 전일제로 대폭 확대했다. 다양한 원격수업은 물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배합된 고유의 융합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과정별 학생들에게는 주임교수들이 배정돼 학사 지도와 경력 컨설팅을 하고 있다.

◆풍부한 장학금 혜택도

국내 대학 MBA는 해외 대학 MBA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목받고 있다. 해외 유수 대학들과의 교류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온 덕분에 이제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해외 유명 MBA 못지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균관대의 SKK GSB는 2012년부터 11년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글로벌 MBA 평가에서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력개발 서비스와 국제화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다. 모든 교육과정에 데이터 분석, 디지털 전환, 애널리틱스,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목을 포함시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디애나대 켈리-SKK GSB 이그제큐티브 MBA는 켈리 스쿨과 성균관대 SKK GSB가 함께 운영한다. 켈리 스쿨 교수진이 전체 수업의 55%를 담당하고 졸업생들은 켈리 스쿨과 성균관대 SKK GSB로부터 모두 MBA 학위를 받는다.

건국대 MBA는 경영학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 국제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전 세계 경영교육 프로그램 중 5% 미만이 보유하는 인증으로, 건국대 MBA과정의 교수진 역량·교육과정 우수성·학생 학업성취도 등이 세계적 수준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이 운영하는 MBA과정은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으로 진행, 주 2회 등교(주중·주말 각 1회)로도 2년 내 졸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전남대는 2015년부터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의 달라무어 경영대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3월에는 미국 미주리대 경영대학과 복수학위 협정을 맺어 2020년 가을학기부터 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1년은 전남대, 나머지 1년은 미주리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두 학교 MBA 학위를 동시에 딸 수 있다. 미주리대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 현지 기업에서 인턴 활동을 하고, 취업이나 경력 개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풍부한 장학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건국대 MBA는 원생 당 평균 30%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성적에 따라 추가 장학금을 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