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글로벌 경제상황, 외환시장, 전기차 세액공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컨퍼런스콜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글로벌 경제상황, 외환시장, 전기차 세액공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컨퍼런스콜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과 미국의 경제수장이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유동성 공급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이 양호한 외환 유동성 상황과 충분한 외환 보유액을 바탕으로 견조한 대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시간으로 전날 오후 8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컨퍼런스콜을 가졌다. 한·미 재무장관 간 공식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로, 이날 컨퍼런스콜에선 최근 글로벌 경제동향과 외환시장 협력 방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양국 장관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대를 함께 했다. 러시아발 유럽 에너지 위기, 신흥국 부채 위기 등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진단하고, 양국간 긴밀한 소통과 조율을 지속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유동성 경색이 확산돼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아직은 유럽이나 아시아 주요국의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지만 유사 시 통화스와프 등 유동성 공급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 장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추 부총리는 “긴축적인 글로벌 금융 여건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양국이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외환시장 관련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16일 IRA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해 한국의 전기차 업계, 국회 등을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옐런 장관에서 전달했다. 그러면서 사안 해결을 위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공유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답했다.

그 외에도 두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규제 조치인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녹색기후기금(GCF)를 통한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이 3000만달러를 기여하기로 한 세계은행의 팬데믹 대응 금융중개기금(FIF)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