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들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연 6%를 훌쩍 넘는 고금리에도 기관투자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로 금리 인상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관들의 투자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年 6%대 고금리도 싫다"…외면 받는 비우량 회사채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한화손해보험의 85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 기관들은 10억원의 주문을 냈다.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 후 5년째 되는 연도에 기관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콜옵션이 달려 있는 채권이었다. 공모 희망금리로 최대 연 6.50%를 제시했지만 미매각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손해보험도 지난달 25일 열린 14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970억원의 주문이 접수돼 30% 정도 미매각이 발생했다. 제주은행은 지난 7일 시행한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110억원의 자금만 모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손보 신종자본증권, 롯데손보 후순위채, 제주은행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을 각각 ‘A+급’ ‘A-급’ ‘A+급’으로 매겼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이 커진 데다 최근 들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보험사·은행 등이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도 A급 이하 비우량채 외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A+급)는 지난 5일 이뤄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2400억원에 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다”며 “A급 이하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량한 신용등급을 확보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AA+급’ 신용도를 갖춘 SK는 지난 6일 열린 2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