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뱅킹 앱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뱅킹 앱 시장 1위인 카카오뱅크와 2위 국민은행 KB스타뱅킹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격차는 1년 새 약 300만 명에서 160만여 명으로 줄었다. 은행권에 디지털 대전환(DX) 바람이 불면서 시중은행 간 MAU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뱅킹 앱 시장 5위와 6위인 우리은행의 ‘우리 WON 뱅킹’과 하나은행의 ‘하나원큐’는 같은 기간 MAU를 각각 10%, 15% 늘리며 국민 신한 농협은행을 뒤쫓고 있다.
"충성고객 잡아라"…불꽃 튀는 뱅킹앱 전쟁

뱅킹 앱 각축전 벌이는 은행들

19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뱅크의 MAU는 1297만835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342만6014명)보다 약 3.3% 감소했다. 작년 8월 정점을 찍은 이후 1260만 명과 1330만 명 사이를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인터넷은행 토스뱅크의 앱 토스의 경우 다른 은행들의 앱과 달리 뱅킹 결제 증권 등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기 때문에 집계에서 제외됐다.

카카오뱅크를 바짝 추격하는 뱅킹 앱은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다. 지난달 KB스타뱅킹의 MAU는 1131만1161명으로 작년 8월(1043만7697명)보다 약 8.3% 늘었다.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4월 1100만 명을 넘어섰다.

3위 신한은행의 신한 쏠(SOL)은 지난달 MAU가 887만5953명으로 전년 동기(899만2639명)보다 11만 명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NH스마트뱅킹은 879만5892명에서 829만1801명으로 50만 명가량 급감했다. 우리 WON 뱅킹과 하나원큐도 빠른 속도로 MAU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우리 WON 뱅킹과 하나원큐의 MAU는 각각 652만2585명, 515만5921명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8%, 15.9% 증가했다.

MAU는 곧 앱 경쟁력

은행들은 MAU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MAU가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앱 사용자가 많을수록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용자가 많아야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영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MAU 2000만 명이 목표”(이재근 국민은행장) “MAU 1000만 명 달성”(이원덕 우리은행장) 등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MAU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은행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앞세워 고객들의 앱 접속을 유도하고 있다. 앱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우대 금리 적용과 각종 금융 포인트, 경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굳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경품을 걸고 퀴즈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현재 KB스타뱅킹, 신한 쏠(SOL)에선 각각 30개 이상의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치열해지는 슈퍼앱 경쟁

최근 금융위원회가 뱅킹 앱과 관련한 규제 개선을 예고하면서 은행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 8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은행들의 ‘통합 앱 운영’을 부수업무로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통합 앱을 통해 보험 카드 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엄격한 부수업무 규제로 토스처럼 은행 증권 등이 한데 모인 ‘슈퍼앱’을 만들 수 없었다.

앞으로는 통합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예컨대 뱅킹 앱을 통해 국민연금 가입내역, 건강보험 납입내역, 세금 및 공과금 고지서 등의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물품 구매·계약·발주 등 공급망 관리와 이체·송금·대출 등 금융서비스가 융합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앱 통합이 이뤄지진 않겠지만 슈퍼앱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