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민병래씨 "판문점 통한 2차 송환 이뤄지길"
비전향 장기수들의 기록 '송환,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는 누구일까? 비전향 장기수처럼 존재 자체가 잊힌 이들도 찾기 힘들다.

1990년대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여러 인권단체와 통일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석방과 송환을 요구하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그리고 2000년 6월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비전향 장기수 송환이 합의됐고, 그해 9월 2일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녘의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차 송환의 길은 더는 열리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기에 송환 이야기는 사라졌고, 문재인 정부 때도 2차 송환은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

그사이에 비전향 장기수들은 하나둘 세상을 떴다.

지금 남은 이들은 고작 9명 정도. 지난 7월 말 향년 95세로 숨을 거둔 이두화 씨처럼 귀환의 한을 품고 사라진 이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외로이 저세상으로 떠났다.

왜 이들은 송환되지 못했을까? 이들이 지금까지도 송환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뭘까?
'송환,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저자 민병래 씨는 2년여 동안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생존 장기수 15명 중 건강 상태가 그나마 나은 11명을 만나 그들이 지나온 삶과 현재의 심정, 소망을 책에 담았다.

그가 만난 이들은 김교영(1927년생), 양원진(1929년생), 박순자(1931년생), 오기태(1932년생), 김영식·박종린·강담(1933년생), 양희철(1934년생), 박희성(1935년생), 이광근(1945년생), 조상이(1950년생) 씨 등이다.

이중 오기태·강담 씨는 2020년에, 박종린·김교영 씨는 2021년에 사망했다.

대부분 청소년기에 해방을 맞은 이들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군에 들어가 전쟁터에서 싸웠다.

그러다 체포돼 남쪽의 0.75평 독방에 갇혀 징역을 살면서 집요한 전향 강요 속에 혹독한 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저자는 "(이들은) 전향 공작에 의해 강제전향을 당했다고 해서 2000년 9월의 1차 송환에서 배제됐다"며 "남북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로 가는 가슴 벅찬 그 길에 2차 송환은 작지만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 판문점을 통한 2차 송환이 이뤄지길 역사는 기다린다"고 말한다.

한편, 2004년에 개봉돼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의 후속작인 '2차 송환'은 오는 9월 29일 개봉할 예정이다.

김동원 감독의 이 영화는 15일부터 18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폴링 인 전주 2022'에서 먼저 소개된다.

원더박스. 296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