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이후 상황, 끝없는 전투력 요구…옳고 그름 의미 변해"
자전적 에세이·칼럼 묶은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 출간
'조국 흑서' 김경율 "20년 인간관계 끊겨…고립은 재생의 기회"
"그날 새벽의 글 한 편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바꿨다.

20여 년간 맺었던 인간관계가 끊기면서 고립됐다.

하지만 고립은 재생(再生)의 기회이기도 했다.

나는 다시 살기 위해 죽어야 했던 것이다.

"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조국 사태'를 겪은 뒤 참여연대를 탈퇴한 김경율(53)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신간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트라이온)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그는 2020년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단독 저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조국 사태 이후 내 의지와 별개로 만들어진 상황이 끝없는 전투력을 요구했다"며 "내가 갇혔던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오면서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들이 달라졌다.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아픈 자각과 함께 옳고 그름의 의미가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9년 9월 29일 오전 6시27분, 페이스북에 329자의 글을 올렸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서는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내건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이 글에서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조국은 적폐 청산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는 내용과 함께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맹비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진보 진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책에서 그는 이틀 전인 27일 집행위원장, 경제금융센터 소장 자리와 함께 참여연대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참여연대 집행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회계사가 되고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1년간 몸담은 곳과 결별한 것이다.

김 대표는 주말 가족 행사 후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오기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누군가는 취했었냐고 했지만 취하지 않았다.

다만 엄청나게 '빡쳐' 있었다"며 "이토록 증오로 들끓는 것은 20년간 쏟았던 애정 때문이기도 했다.

340㎞를 달리고 나니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고 했다.

'조국 흑서' 김경율 "20년 인간관계 끊겨…고립은 재생의 기회"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의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마디로 헛소동이었다.

일단 능력이 없었고 의지가 없었다.

정부 조직과 관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컨트롤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무소속 윤미향 의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사례를 언급하면서는 "재생과 부활, 다시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며 "'내로남불'은 결국 자승자박이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 선거까지 패배하고도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이 원인이고 문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책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김 대표가 성남공단 내 철제 가구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해고무효 소송을 진행할 때 이 대표가 원고 측 변호사였다.

김 대표는 "일을 잘하거나 남보다 더 재판을 많이 준비했다기보다 뭔가 특이하게 법정에 나타나서 남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책에서 쌍용자동차 해고 무효 소송,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대장동 개발 사업 등 각종 이슈의 중심에 뛰어들어 의견을 피력했던 그간의 삶에 대해서도 고백한다.

수배된 아들을 잡으러 온 경찰과 싸워 이긴 어머니, 수세식 화장실이 낯설어 배 아픔을 참던 어릴 적 모습 등도 담겼다.

책에는 언론에 기고한 칼럼도 일부 실렸다.

316쪽. 1만7천800원.
'조국 흑서' 김경율 "20년 인간관계 끊겨…고립은 재생의 기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