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주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로 실적이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남은 하반기 전망 역시 그리 밝진 않다. 금리 인상, 유동성 축소 등 거시적인 증시 약세 요인이 남아 있어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증권업종 14개사로 구성된 KRX 증권지수는 20.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5.77% 떨어진 것보다 낙폭이 컸다. 증시 호황이었던 지난 한 해 지수가 상승세였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1월 4일부터 그해 12월 30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3.63% 오를 때, KRX 증권지수는 7.63% 뛰었다.

증권주의 하락은 글로벌 경기 침체, 물가 상승과 관련이 있다. 특히 미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고강도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유동성이 축소됐다. 이 영향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했다. 증시 또한 약세장이 연출됐다.

이는 곧 증권사의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 거래 자체가 줄면서 거래대금 또한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운용 손실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최근 실적 발표를 마친 주요 증권사들의 올 2분기 실적은 대부분 암울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 실적을 냈다.
여의도 증권사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증권사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2분기 삼성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48.7% 감소한 182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순이익은 1369억원으로 48.3%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1305억원으로 53.5% 크게 감소했다. 순이익은 68.1% 쪼그라든 740억원에 그쳤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1542억원, 순이익 1196억원을 기록해 60.8%, 55.8% 각각 줄었다.

올 2분기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2분기 보다 26% 감소한 32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순이익은 26.1% 줄어든 2635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은 1272억원, 순이익은 10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56.5%, 50.9%씩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 1988억원, 순이익이 15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1%, 16.7%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손실 29억5300만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당기 순손실도 93억9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증권사 대표이사(CEO)를 비롯한 임원 보수는 수십억원에 달해 원성을 샀다. 약세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개미 투자자들의 상황과 너무도 달라서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증시 호황 효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는 이유로 연임된 이들이 많았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대표적이다. 최근 각 증권사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정 대표는 올 상반기 50억8917만원의 보수를 받아 증권사 연봉킹에 올랐다.

급여가 이 정도로 많았던 이유는 지난해 성과급이 이연 지급된 데 따른 것이다. 정 대표는 급여 50억8917만원 중 상여만 46억6477만원에 달했다. 이중 지난해 성과급은 41억5917만원이었다. 이 외에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34억8400만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22억1600만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20억8224만원),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20억3100만원) 등 모두 20억원 이상의 보수를 챙겼다.

당분간 증권주는 부진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물론 상반기보단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홍재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주가가 하락세였기 때문에 멀티플이 낮아 주가는 방어적인 매력 있겠지만 아직은 유의한 업황 반등은 파악되지 않는다"며 "추세적인 주가 상승은 제한적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또 "부진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지표가 지속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등으로 투자은행(IB)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 가운데, 2분기 대비로는 채권평가손실 영향 축소될 공산이 크지만 최근에도 미국에서 금리 75bp(1bp=0.01%) 추가 인상 가능성 언급되는 등 여전히 금리 불확실성 높은 상황에서 모멘텀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권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은 코스피 대비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비중이 하락하였다는 점으로 브로커리지 관련 모멘텀이 부각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의 유동성 지표 악화와 부동산 PF 관련 IB 딜의 축소 가능성, 보유 투자자산에 대한 건전성 우려 등이 증권업종 반등에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