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통제·지하철 일부 중단에도 전날보다는 준비된 모습
사건팀 = "오늘은 무사히 집에 갈 수 있게 해주세요.

"
9일 오후 5시께부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퇴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전날의 교통 대란을 떠올린 이들은 "오늘도 목숨 건 퇴근", "퇴근할 때가 되니 비가 또 미친 듯이 내린다" 같은 글을 올리며 귀갓길을 걱정했다.

오후 6시 안팎으로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장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젖어버린 바지 밑단을 접어 올린 채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아예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거나 샌들, 슬리퍼를 신은 이들도 많았다.

오후 6시 무렵 도심에 내린 빗줄기가 굵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찬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으악, 또 시작이다"라고 비명을 지르며 더 빨리 움직였다.

전날 큰 물난리를 치른 강남 일대에서는 마치 전투를 치르듯 비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강남역에서 만난 김상민(33) 씨는 "어제는 재난영화 촬영지 같았다.

이게 내가 매일 출근하는 강남이 맞나 싶었다"며 "오늘은 미리 2호선에 침수된 역이 없는지 확인하고 왔다.

9호선 라인에 살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화곡동에 사는 이모(28) 씨는 "9호선을 타면 빠른데 또 침수될까 봐 속 편하게 2호선을 타러 왔다"며 "오늘 밤은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남역 인근 버스정류장에도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두 손에 신발을 든 채 맨발로 서 있던 이모(53) 씨는 "신발이 젖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전날 한번 호되게 당했던 탓에 강수 예보를 미리 확인해 폭우를 피하려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초구에서 은평구로 퇴근하는 정모(34) 씨는 "초단기 강수 예보를 보다가 비가 그나마 덜 올 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래도 붐비는 지하철 2호선은 오후 5시 45분께부터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승객들은 열차 내 가운데 통로에 세 줄로 겹쳐 힘겨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신도림역 1호선 지상 플랫폼에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지만, 환승에 분주한 승객들은 마구 밟고 지나갔다.

노원구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가는 백모(23) 씨는 "오늘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다들 평소보다 일찍 나오거나 늦게 나와서 그런지 지하철에 오히려 어제보다 사람이 적은 것 같다"고 했다.

9호선도 오후 6시께부터 운행이 재개되자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50대 김모 씨는 "운행 재개 소식을 듣고 왔다.

밤새 물을 빼내서 복구했다던데 참 여러모로 고생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덕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홍금(52) 씨는 "그래도 지하철이 살아 있어 다행이다.

태어나 처음 겪는 물난리에 가뜩이나 힘든 퇴근길이 더 지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장거리 출퇴근을 포기하고 아예 호텔에서 장기 숙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포구 소재 은행에서 일하는 이모(32) 씨는 "어제 퇴근하고 오늘 아침 출근하며 진이 다 빠졌다"며 "결국 비 예보가 된 금요일까지 호텔을 잡았다"고 말했다.

광화문역에서도 역사 직원들이 배수구 앞 고인 물을 닦아내느라 분주했다.

그 사이 우산을 털다 물기에 미끄러져 휘청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반포대로 잠수교, 동부간선도로 수락지하차도∼성수JC, 내부순환로 마장램프∼성동JC, 성수JC연결로(영동대교→동부간선, 동호대교→동부간선), 개화나들목 개화육갑문, 노들길육갑문, 당산육갑문, 현천육갑문, 양평육갑문, 노들로 여의상류∼한강대교, 노들로 램프(여의하류IC→성산대교 방향), 증산교앞∼중동교가 통제되고 있다.

오후 6시께 일부 구간에서 운행 중단됐던 지하철 3호선은 약 30분 만에 복구돼 정상 운행 중이다.

9호선도 전 구간 급행과 일반열차 모두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