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모가 SNS에 올린 자녀의 사진과 영상을 자녀가 요청하면 삭제할 수 있게 된다. 아동·청소년 시기에 본인이나 부모·친구 등 제3자가 온라인에 올린 개인정보를 당사자가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잊힐 권리’가 법제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합동으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방안이 포함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한다. 아동·청소년 시기의 개인정보에 대한 잊힐 권리를 제도화하는 게 이 법안의 핵심이다.

학창시절 본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부모가 육아 과정을 공개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유튜브에 올린 어린 시절 영상, 학교 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올린 비난·비방성 게시물 등을 당사자가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공개된 개인정보를 온라인의 제3자가 퍼나른 게시물도 적용 대상이 된다.

지금은 자신의 개인정보라도 스스로 올린 게시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면 삭제하기가 어렵다. 온라인에 올라간 후 제3자에 의해 이미지 캡처나 링크 연결 등으로 여기저기 퍼날라진 개인정보는 손을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는 ‘디지털 장의사’로 불리는 민간업체에 개인이 비용을 내고 삭제를 의뢰하는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정부는 본인이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숨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2024년에는 제3자가 올린 게시물로 지원 대상을 넓힌다.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가 앞선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삭제가 제한된다. 정부는 범죄수사와 법원 재판처럼 제3자의 법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보유한 메타 등 해외 기업도 제도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해외 기업은 국내 제도에 잘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에 대해서는 해외 기업이 더 적극적”이라며 “이번 계획에 관해 구글, 애플과도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