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차 팽팽…위헌소송 별개로 협의는 진행
검·경협의체 초반 신경전…수사기한 설정·통지 규정 등 이견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책임 수사 시스템' 정비를 위해 머리를 맞댄 검찰과 경찰이 안건마다 부딪히며 충돌하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최근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두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2020년의 검·경 수사권 조정도 위헌이라고 주장해 양 기관의 기 싸움이 더욱 팽팽해진 분위기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열린 검·경 협의체 2차 실무회의에서 경찰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법무부가 세부 시행령 개정 논의를 주관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2020년 수사권 조정으로 개정된 현행법마저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 확대를 꾀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경찰은 과거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다룬 안건들은 이번 협의 테이블에 다시 올리지 말자고도 제안했다.

이 같은 경찰의 우려에 검찰은 '기우'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시행령은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협의체 구성 등에 대한 경찰의 문제제기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세부 안건들에서도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우선 검찰은 경찰이 고소·고발장을 받고도 수사하지 않고 당사자들에게 반려하는 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수사 의무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소·고발장 '수리 의무'를 수사 준칙에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소·고발장 반려 제도 자체가 위법한 건 아니라고 맞받았다.

다만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반려 제도 폐지를 자체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니 굳이 수사 준칙에 못 박을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 기한을 3개월로 규정하자고도 제안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접수된 사건 처리가 너무 지연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다.

검찰은 검사가 경찰로 사건을 넘기면 사건 접수 후 검사에게 이를 통지하고, 수사 기간 안에 처리를 못 할 경우 다시 검사에게 통지하는 규정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경찰은 그러나 고소·고발 사건의 처리 기한은 경찰 수사 규칙 등 내부 규정으로 정할 문제라며 반대했다.

경찰이 이송받은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통지하라는 것도 법률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 기관은 '기각'이라는 용어 사용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검찰 단계에서 경찰의 구속 영장 신청이 기각돼 체포 피의자를 석방할 경우 검사에게 석방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그 취지는 공감하나 검찰이 '기각'한다는 건 맞지 않으니 '불청구'로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절차인 '기각'이란 표현을 같은 수사 기관인 검찰이 쓰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건마다 충돌한 양측은 오는 14일 3차 실무회의에서 '보완수사 요구 절차 개선'을 두고 다시 테이블에 모인다.

이날 회의에선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일률적으로 기한을 정하는 문제를 두고 논쟁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