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돼 인기를 끌고 지난달 국내에도 출시된 쉐보레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를 타봤다. 이 차는 3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국내에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미국 시장보다 약 1년 뒤 선보였다. 미국 콤팩트 SUV 시장에선 올 1분기 판매량 3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분변경의 핵심 변화는 '외관'이다. 파워트레인도 바뀌었다. 과거 판매되던 디젤 모델은 단종돼 가솔린 모델만 들어왔다.
지난달 28일 쉐보레 이쿼녹스를 타고 서울 용산에서 경기 양평 한 빌라까지 올림픽대로 등 왕복 180km를 주행했다. 이쿼녹스는 LS, LT, RS, 프리미어 등 4가지 트림으로 이뤄졌다. 시승은 최상위 모델인 프리미어, 상시 사륜구동(AWD) 모델로 진행했다. 신형 이쿼녹스는 외관 변화에 힘을 줬다. 전면은 쉐보레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되면서 트렌디해졌다. 특히 이중으로 나뉜 듯한 디자인으로 한층 날렵해진 헤드램프와 크롬으로 장식된 그릴이 전체적 인상 변화를 좌우했다. 프리미어 모델의 헤드램프는 방향 지시등이 합쳐진 일체형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다. 양쪽에 자리잡은 에어 인테이크는 시원한 인상을 자아냈다. 귀여운 인상의 리어램프 또한 정제된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실내는 미국차 특유의 기교 없는 인테리어가 그대로 이어졌다. 직관적인 물리 버튼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보통 큼직한 디스플레이에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겐 지적받기 십상일 듯했다. 시승차인 프리미어 모델은 메이플 슈가 색상이 1열 시트, 일부 대시보드 구간에 적용돼 고급스러움도 느껴졌다.
준중형 SUV이지만 중형급의 적재 용량을 확보한 점은 장점이다. 이쿼녹스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 847L로 기아 쏘렌토(705L), 현대차 싼타페(634L) 등 중형 SUV보다 최대 200L 넓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800L까지 확보된다. 주행에 나서니 쉐보레 특유의 경쾌한 움직임이 전해졌다. 가속력은 단순 수치로 본 엔진 성능에서 예상되는 수준 그 이상이었다. 급하게 속도를 올리면 엔진 소리가 다소 거세지지만 반응 자체가 느리진 않다. 오르막에서도 힘에 부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 차는 1.5L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최고 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8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스티어링 휠 감도는 가벼운 축에 속하나 고속에서 불안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승차감은 편안한 편이다.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세팅돼 충격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패밀리카로 활용해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공인 복합 연비는 AWD 기준 L당 10.6km다. 실연비는 L당 11.5km였다. 고속 주행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 가능한 수준의 연비라고 생각된다. 일부 편의사양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빠진 점이 특히 그렇다. 반도체 수급 영향으로 국내 시장에선 빠져서 출시됐다. 옵션으로도 선택을 할 수 없다.
가격은 LS 3104만원, LT 3403만원, RS 3631만원, 프리미어 3894만원이다. 쉐보레 관계자는 "이쿼녹스는 즉시 출고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