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임금이 안 오르나…"낮은 노동생산성·종신고용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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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신입사원 평균 월급 200만원 불과…韓·대만보다 훨씬 낮아
"기시다 총리 경제정책으로는 문제 해결 못 해…구조개혁 해야"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근로자들이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낮은 노동생산성과 종신고용의 폐해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은 것은 물론 한국에도 역전된 지 오래다.
일본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조만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도 한국과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日 신입사원 평균 월급 200만원…30년째 제자리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21만2천300엔(약 200만원)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21만3천400엔, 여성 21만1천엔이었고, 학력별로는 고졸 17만9천700엔, 대졸 22만5천400엔, 대학원졸 25만3천500엔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의 평균 임금은 한국보다 훨씬 높았지만, 지금은 추월당한 지 오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기준 대졸 정규직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천391만원이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일본 대졸 신입사원보다 20% 이상 높다.
이런 차이는 국제기구의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만8천515달러였고, 한국은 4만1천960달러였다.
미국은 6만9천392달러, 독일은 5만3천745달러, 영국은 4만7천147달러로 나타났다.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 30년간 다른 선진국들의 임금이 두 자릿수 오르는 동안 일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고작 4.4% 오르는 데 그쳤다.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가장 열심히 일할 시기인 20대의 임금 증가율은 지난 30년 동안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달 28일 일본의 20대가 회사에 입사한 뒤 10년 동안 급여 증가율이 1990년에 비해 10% 넘게 감소했다며 "실질 소득도 줄어 결혼이나 출산 등 미래에 대한 설계가 어두운 상태"라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20대 초반의 급여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10년이 지난 30대 초반에 급여가 1990년엔 151이었다면 2020년엔 129.4로 오히려 하락했다.
급여 증가율이 30년 만에 14%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일본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낮은 노동생산성과 뿌리 깊은 종신고용 문화의 폐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일본의 1인당 명목 GDP는 2027년에는 한국에, 2028년에는 대만에 추월당할 것으로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전망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대 학장은 "일본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37개 회원국 중 26위이며 G7 회원국 중 가장 낮다"며 "낮은 노동생산성과 함께 종신고용 문화의 영향으로 급여가 낮더라도 좀처럼 일자리를 옮기려 하지 않는 추세도 임금이 정체된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시다 총리가 지금 이행해야 할 것은 20년 전 독일 슈뢰더 정권이 시행했던 '어젠더 2010' 유형의 구조개혁"이라며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직업 훈련을 강화하고 노동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日, 잘못된 정책 중단하지 않으면 한국보다 계속 임금 낮을 것"
지난해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임금 정체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에는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고 소극적인 곳에는 투자에 따른 혜택을 줄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요미우리신문과 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공명당은 중소기업이 종업원 급여 총액을 2.5% 이상 높이면 증가분의 25%를 법인세 산정에서 공제해주던 것을 최대 40%로 높이기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도입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기존에 20%까지 적용되던 공제율을 급여 총액을 4% 이상 높이면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등에 적용하던 법인세 감면 혜택은 임금 인상을 반영해 기준을 더 강화했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022년도 총급여 0.5% 이상 증가'와 '2023년도 총급여 1% 이상 증가'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국내 설비투자액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을 핵심으로 하는 기시다 내각의 이런 정책이 일본 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평균 임금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중소기업의 경우 전체 법인의 65%가량이 적자여서 법인세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8년 리먼 쇼크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금융원활화법을 제정해 적자가 나는 중소기업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임금 수준을 높이려면 중소기업 구조개혁이 필수적인데, 적자가 나 법인세를 낼 수 없는 기업도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연명할 수 있게 돼 있어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내 경쟁자들과 총리 경쟁을 벌일 때부터 들고나온 캐치프레이즈지만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마에 학장은 "(기시다 총리의) 정책 연설을 몇 번이나 읽었어도 나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애초에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그 시점까지 '낡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자본주의와 경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설명하면서 성장뿐 아니라 분배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일본은 주요국 중 부의 집중도가 가장 낮은 나라라고 꼬집었다.
오마에 학장은 주요 국가에서 상위 1% 부 보유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러시아가 58.2%로 가장 높고, 브라질 49.6%, 인도 40.5%, 미국이 35.3% 순이며 일본은 이 비율이 18.2%로 가장 낮다고 밝혔다.
즉, 일본은 주요국 중 부의 분배가 가장 잘 이뤄진 나라인데 기시다 총리가 새삼스레 분배를 강조한 것은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워 아베노믹스가 이루지 못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계산이지만, 경제 전체의 규모가 변하지 않은 채 재분배하는 것만으로는 부유층의 부담만 커져 사회의 활력을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을 실현하려면 장기 정체가 계속되는 일본의 잠재적인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에 학장은 "기시다 총리는 경제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며 "요점을 벗어난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일본인의 임금은 한국이나 대만보다 계속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 경제정책으로는 문제 해결 못 해…구조개혁 해야"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근로자들이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낮은 노동생산성과 종신고용의 폐해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은 것은 물론 한국에도 역전된 지 오래다.
일본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조만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도 한국과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日 신입사원 평균 월급 200만원…30년째 제자리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21만2천300엔(약 200만원)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21만3천400엔, 여성 21만1천엔이었고, 학력별로는 고졸 17만9천700엔, 대졸 22만5천400엔, 대학원졸 25만3천500엔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의 평균 임금은 한국보다 훨씬 높았지만, 지금은 추월당한 지 오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기준 대졸 정규직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3천391만원이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일본 대졸 신입사원보다 20% 이상 높다.
이런 차이는 국제기구의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만8천515달러였고, 한국은 4만1천960달러였다.
미국은 6만9천392달러, 독일은 5만3천745달러, 영국은 4만7천147달러로 나타났다.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 30년간 다른 선진국들의 임금이 두 자릿수 오르는 동안 일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고작 4.4% 오르는 데 그쳤다.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가장 열심히 일할 시기인 20대의 임금 증가율은 지난 30년 동안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달 28일 일본의 20대가 회사에 입사한 뒤 10년 동안 급여 증가율이 1990년에 비해 10% 넘게 감소했다며 "실질 소득도 줄어 결혼이나 출산 등 미래에 대한 설계가 어두운 상태"라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20대 초반의 급여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10년이 지난 30대 초반에 급여가 1990년엔 151이었다면 2020년엔 129.4로 오히려 하락했다.
급여 증가율이 30년 만에 14%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일본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낮은 노동생산성과 뿌리 깊은 종신고용 문화의 폐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일본의 1인당 명목 GDP는 2027년에는 한국에, 2028년에는 대만에 추월당할 것으로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전망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대 학장은 "일본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37개 회원국 중 26위이며 G7 회원국 중 가장 낮다"며 "낮은 노동생산성과 함께 종신고용 문화의 영향으로 급여가 낮더라도 좀처럼 일자리를 옮기려 하지 않는 추세도 임금이 정체된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시다 총리가 지금 이행해야 할 것은 20년 전 독일 슈뢰더 정권이 시행했던 '어젠더 2010' 유형의 구조개혁"이라며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직업 훈련을 강화하고 노동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日, 잘못된 정책 중단하지 않으면 한국보다 계속 임금 낮을 것"
지난해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임금 정체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에는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고 소극적인 곳에는 투자에 따른 혜택을 줄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요미우리신문과 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공명당은 중소기업이 종업원 급여 총액을 2.5% 이상 높이면 증가분의 25%를 법인세 산정에서 공제해주던 것을 최대 40%로 높이기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도입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기존에 20%까지 적용되던 공제율을 급여 총액을 4% 이상 높이면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등에 적용하던 법인세 감면 혜택은 임금 인상을 반영해 기준을 더 강화했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022년도 총급여 0.5% 이상 증가'와 '2023년도 총급여 1% 이상 증가'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국내 설비투자액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을 핵심으로 하는 기시다 내각의 이런 정책이 일본 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평균 임금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중소기업의 경우 전체 법인의 65%가량이 적자여서 법인세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8년 리먼 쇼크로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금융원활화법을 제정해 적자가 나는 중소기업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임금 수준을 높이려면 중소기업 구조개혁이 필수적인데, 적자가 나 법인세를 낼 수 없는 기업도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연명할 수 있게 돼 있어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내 경쟁자들과 총리 경쟁을 벌일 때부터 들고나온 캐치프레이즈지만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마에 학장은 "(기시다 총리의) 정책 연설을 몇 번이나 읽었어도 나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애초에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그 시점까지 '낡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를 정의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자본주의와 경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설명하면서 성장뿐 아니라 분배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일본은 주요국 중 부의 집중도가 가장 낮은 나라라고 꼬집었다.
오마에 학장은 주요 국가에서 상위 1% 부 보유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러시아가 58.2%로 가장 높고, 브라질 49.6%, 인도 40.5%, 미국이 35.3% 순이며 일본은 이 비율이 18.2%로 가장 낮다고 밝혔다.
즉, 일본은 주요국 중 부의 분배가 가장 잘 이뤄진 나라인데 기시다 총리가 새삼스레 분배를 강조한 것은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워 아베노믹스가 이루지 못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계산이지만, 경제 전체의 규모가 변하지 않은 채 재분배하는 것만으로는 부유층의 부담만 커져 사회의 활력을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책을 실현하려면 장기 정체가 계속되는 일본의 잠재적인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에 학장은 "기시다 총리는 경제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며 "요점을 벗어난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일본인의 임금은 한국이나 대만보다 계속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