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플레이가 국내 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를 위한 네트워킹 행사 ‘퓨처클럽’을 지난 23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LG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 관련 실무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고충을 공유했다. /퓨처플레이 제공
퓨처플레이가 국내 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를 위한 네트워킹 행사 ‘퓨처클럽’을 지난 23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LG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 관련 실무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고충을 공유했다. /퓨처플레이 제공
중견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뜨겁다. 건설사 인테리어 회사부터 제약사까지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자체 인력으로는 디지털 전환 역량을 키우는 게 어렵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디지털 역량’을 수혈하기 위해서다. 과거 인수합병(M&A)을 노린 투자 접근보다는 사업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 유망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 육성한 이후 사업적인 협력(PoC)까지 이어지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잇단 투자 나선 DS네트웍스

지난해 1조4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1위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대표 김창환)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기존 시행→시공→분양으로 이어지는 시행사 생태계에서 점점 기술 경쟁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DS네트웍스는 올해 들어서만 세 곳의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시행사업을 하고 있는 청라 국제업무단지 K스마트시티 개발사업에 스타트업의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국내 풀필먼트 기업 아워박스가 진행한 200억원 규모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21일엔 스마트시티 클라우드 스타트업 그렉터와 6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DS네트웍스는 내년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스마트팜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스마트팜 스타트업 그린랩스에도 연초 2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디지털 전환 역량 높여라"…중견기업들, 스타트업 투자 열기 '후끈'
DS네트웍스는 지난 16일 ‘넥스트유니콘빌더’ 경진대회도 열었다. 디어브루(프리미엄 비건 콤부차), 클랫폼(반려식물 재배기 및 종합 케어 서비스 플랫폼), 미쥬(3050 여성 타깃 여성 의류 커머스), 엠컨템포러리(디지털아트 플랫폼), 헤리드스(커머스 소프트웨어 서비스), 와이드유즈(물류 전용 플랫폼) 등 6개 스타트업이 선정됐다. 자회사 DSN인베스트먼트가 신기술금융사 자격을 취득해 이들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성장단계에 진입할 때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으로 디지털 역량 확보

중견기업에 맞춤형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중개하는 액셀러레이터(AC)도 부상하고 있다. 이번 DS네트웍스의 넥스트유니콘 선발을 진행한 더인벤션랩은 그동안 국보디자인, 보령, 대원 등 중견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를 연결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중견기업은 대기업처럼 사내벤처를 두거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를 설립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오너 2, 3세들은 스타트업의 기술 역량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인테리어 회사인 국보디자인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를 비롯해 하이로컬(원어민 회화 학습) 다례(공기 정화) 우주인(인테리어) 빛글림(전시공연) 등 공간에 특화된 스타트업에 시드(기업 설립 단계) 투자했다. 지난해부터 디자인 분야에 적용할 메타버스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국내와 베트남에서 아파트 건설업을 하는 대원은 아파트 커뮤니티 대상 서비스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했다. 씽즈(생리주기 관리 앱) 더패밀리랩(임산부 홈트레이닝 서비스) 그로잉맘(아이 상담 서비스) 홈버튼(임대료 수납 소프트웨어) 프로트9(아파트 컨시어지 서비스) 하이로컬(원어민 회화 학습)에 시드 투자했다.

보령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 개인화한 피트니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피트릭스, 중앙아시아 지역 환자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병원 예약 플랫폼 클라우드호스피탈, 습관 형성을 도와주는 루티너리에 시드 투자했다.

◆“네트워크 정보력 확보가 급선무”

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PoC 사업을 진행하는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에도 중견기업의 노크가 이어지고 있다. 퓨처플레이는 국내 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를 위한 네트워킹 행사 ‘퓨처클럽’을 지난 23일 열었다. LG SK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부터 공기업, 건설 정보통신 엔지니어링 분야 중견기업 실무자까지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고충을 나눴다. 만도의 전기자동차(EV)·자율주행 솔루션 분야 담당자와 라스트마일 배달 로봇 플랫폼 뉴빌리티의 이상민 대표가 직접 연사로 나와 오픈 이노베이션 경험담을 전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중견기업들이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는 절박감이 크지만, 사람과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는 곳이 많다”며 “우선 스타트업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