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새옹지마·삼고초려…고사성어로 배우는 '경영 리더십'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중국 국경지역에서 기르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는데도 노인은 태연했다. 몇 달 후 도망친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왔지만, 그 노인은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또 며칠 뒤엔 아들이 그 말을 타다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 모르오”라고 무표정하게 답했다. 얼마 후 오랑캐가 침략해 징집령이 내려졌지만, 다리가 부러진 노인의 아들은 전장에 불려가지 않았다.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쓴 《회남자》에 나오는 새옹지마(塞翁之馬) 얘기다. 오늘의 화가 내일은 복이 되는 게 인생이고, 내일은 아무도 모르니 멀리 보고 두루 보라는 의미가 담겼다.

옛것은 낡은 것이 아니라 오늘을 벼리는 날선 도구다. 고사성어는 세상의 길을 밝혀주는 오래된 스승이다. 지혜를 깨우쳐주고, 생각을 키워주고, 처세를 일러주고, 리더십을 가르친다. 《인문 고사성어》는 187개의 고사성어를 통해 리더의 덕목이 무엇인지를 묵언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고사성어뿐만 아니라 행간 곳곳에 인문학적 지식을 담았다.

어제의 잣대로 오늘을 재지 마라(刻舟求劍), 경험의 지혜를 소중히 하라(老馬之智), 이익은 독식하지 마라(斷), 갈래가 많으면 길을 잃는다(多岐亡羊), 큰일을 꾀할수록 사(私)를 빼라(大公無私), 진심으로 두드려라(三顧草廬), 믿고 기다려라(助長), 측근을 엄히 하라(泣斬馬謖) 등은 리더들이 되새겨봐야 할 구절이다.

30년 신문기자인 저자는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청소년 논술·경제신문 ‘생글생글(생각하기와 글쓰기)’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일화와 설명을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했고, 고사성어 말미마다 덧붙인 ‘생각을 키워주는 문구’가 백미다. 그동안 세 권의 책을 쓰고 두 권의 시집을 낸 저자는 “고사성어 네 글자를 펼치면 한 편의 시가 되고 한 권의 책이 된다”고도 강조한다. 한 고사성어를 양쪽 두 페이지로 풀어내 어디를 펼쳐도 현자의 깨우침과 지혜를 만날 수 있다. 중고생들의 생각을 키우는 교양서로도 추천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