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하며 ‘증시 소방수’로 불리는 연기금 수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연기금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반등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급락장에서도 연기금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매수 규모는 과거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46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매도세는 잦아들었지만 매수세로 바뀌지는 않은 상황이다.

과거 급락장에선 연기금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폭락한 2020년 3월 한 달 동안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3조33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해 4월과 5월에도 각각 1조6615억원, 471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반등을 주도했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는 구조다.

증권업계에서는 과거 급락장과 같은 수준의 연기금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는 통상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연기금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크게 감소해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반면 올해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과 내년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각각 16.3%, 15.9%로 잡았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16.9%였다.

이 같은 수급 환경에서도 연기금이 사들이는 종목은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달 들어 연기금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삼성SDI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