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급 주거타운의 중심에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C동, 72평형)가 오늘(9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경매에 부쳐졌다. 최초감정가는 무려 23억원으로 평당 3150만원이 넘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주상복합아파트이다.


지금까지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중 최고 감정가 기록은 지난 6월 3일 중앙지방법원에서 경매진행되었던 도곡동 소재 힐데스하임(25억원, 121평형)이 가지고 있으나 평당 가격은 2천만원으로 타워팰리스에 비하면 평당가격 대비 64.5% 수준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이번에 타워팰리스마저 경매에 부쳐짐으로써 대한민국의 모든 급수의 아파트가 한번쯤 경매시장에 나온 셈이다.


타워팰리스가 경매에 나올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었던 바이다.

타워팰리스 분양 당시 재력가 층인 실수요자들만 분양을 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분양권전매를 노린 단기 투자자를 비롯하여 계약금부터 분담하는 이른바 일반공동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부실투자의 징후가 보였다. 즉 중도금 대출이자를 감당하지도 못할 일반투자자들이 계약금을 여럿이 모아 공동투자하고 그간 중도금이자를 연체하면서까지 분양권전매를 통해 이를 만회하려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그러한 전략(?)으로 때맞춰 치고 빠진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하였지만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은 결국 당시까지만 해도 매우 관대하였던 각급 금융기관을 이용해 최대한의 대출을 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저금리를 이용하여 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 대출한도가 높을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채무자(소유자)에게 남는다.


이번에 경매에 부쳐진 타워팰리스 72평형도 그런 유형중의 하나. 각급 금융기관(은행, 보험, 상호저축 등)에서 설정된 근저당 채권액만 무려 16억6400만원(경매기입등기직전에 설정한 ‘H상호저축은행’의 근저당 10억원은 제외한 금액임)에 달하고 금융권의 가압류채권액도 10억원이다. 당초 타워팰리스 C동 19층 72평형 분양가는 9억8천만원. 저당채권설정액이 분양가 대비 170%에 달한다. 2003년 3월을 전후한 시세가 13억원~15억원 정도였음을 감안하더라도 당시의 시세에 버금가거나 초과하는 금융대출이 이루어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고급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가뜩이나 더욱 문턱이 낮아진 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을 최대한 이용한 것은 투자자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도 마찬가지. 결국 장기적인 경기침체 및 부동산시장의 동반 침체로 금리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물건들이 경매시장에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제2, 제3의 타워팰리스가 경매시장에 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뿐이랴! 한 때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던 목동 하이페리온, 삼성동 아이파크, 구의동 스타시티, 용산 시티파크 및 부천 상동의 위브더스테이트 등의 주상복합아파트 역시 준공 또는 입주시기 이후 경매시장에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의 욕심, 금융기관의 무리한 대출, 부동산시장 침체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의 산물이다.


오늘 경매에 부쳐진 타워팰리스는 부동산시장 침체에다 물건자체가 일반거래가(20억원)보다 다소 높게 감정된 탓에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아 유찰되었고 다음 달 26일 최저경매가 18억4천만원에 다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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