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잡히는 美 물가...'CPI 쇼크' 터지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지난주엔 약속이나 한 듯 여기저기서 '경기침체 불가피론'이 터져 나왔습니다. 제이미 다이먼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허리케인"을 예고했고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공급 충격발 공포"를 우려했습니다. 존 왈드론 골드만삭스 사장은 "전례없는 시스템 충격"을 얘기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 원인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전염병처럼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정부가 앞다퉈 긴축 카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 강도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는 긴축으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고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여전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 부근에 왔고 긴축을 해도 미국 경제는 버틸 것이란 예상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 잡히는 美 물가...'CPI 쇼크' 터지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미국의 경기하강은 있을 수 있어도 경기침체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란 희망가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 희망회로를 계속 돌릴 수 있는 지 여부를 이번 주에 여러 지표와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나오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중국의 물가,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회의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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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정점이 확실하다는 지표도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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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는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먼저 미 중앙은행(Fed)이 핵심 참고 지표로 쓰는 개인소비지출(PCE)을 기준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은 정점 부근에 왔다는 주장은 힘을 얻습니다.

올 1월 6.1%였던 PCE 물가 상승률은 2월 6.4%를 거쳐 3월에 6.6% 찍었습니다. 그 뒤 4월에 6.3%로 떨어졌습니다. 예상보다 낮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2월(6.4%)보다 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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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근원 PCE 기준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은 이미 '피크아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월 5.1%에서 2월에 5.3%로 올랐지만 3월과 4월에 5.2%. 4.9%로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원 PCE 물가엔 현재 인플레이션 주범인 에너지와 음식물이 빠져 있습니다. 전체 PCE 물가엔 미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의료비 비중이 큽니다. 이 때문에 PCE가 인플레이션 정점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는 약하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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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요. 우선 근원 CPI 기준으로 보면 PCE 물가와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3월에 6.5%로 정점을 찍고 4월에 6.2%로 2월(6.4%) 상승률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몸값 높아진 CPI가 인플레 정점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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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추는 전체 CPI입니다. CPI는 원래 PCE보다 주목도가 낮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몸값이 높아졌습니다. 빠른 물가상승기 때 그 추세를 잘 반영하고 현재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기름값과 곡물가, 중고차 가격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CPI 기준만 통과하면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견해 쪽으로 추가 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CPI 기준으론 물음표입니다. 3월 8.5%에서 4월 8.3%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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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근거로 판단해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우선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느냐입니다. 시장 예상인 8.1%를 뛰어넘었습니다. 둘째는 2월보다 낮은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7.9%였던 2월보다 4월이 8.3%로 더 높았습니다.

10일에 나오는 미국의 5월 CPI는 8.2~8.3%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시장 분위기는 좋아질 수 있습니다. 2월(7.9%)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서프라이즈급으로 인플레 피크아웃론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애매하게 나오거나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또다시 'CPI 쇼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5월의 전달 대비 상승률은 0.7%로 4월(0.3%)보다 훨신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논쟁도 무한반복

CPI 지표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경기침체 논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긴축 다음에 침체는 올 수밖에 없다'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경기침체 쪽으로 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른바 '경기 경착륙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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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반론도 건재합니다. 구체적으로 "경기하강은 있을 수 있어도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며 "미국은 괜찮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의 생각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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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무엇이고 경기하강과 무엇이 다르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거나 실업률이 치솟을 때를 침체로 봅니다.

미국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좀더 우세한 편입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 노동시장에 일자리가 많아 긴축이 계속되도 실업률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이런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Fed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중합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인플레 정점론'과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등을 모두 일축하는 분위기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하겠다는 겁니다.

지난달 23일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가 "9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다"고 하자 앞다퉈 그 발언을 번복했습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과 올해 FOMC 투표권자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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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너드 부의장은 2일 CNBC방송에 출연해 "현재 금리 인상을 쉬어가야 한다는 근거를 찾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다음날 5월 고용보고서를 본 뒤 "강력한 보고서였지만 우리의 전망이나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습니다.

EU의 긴축 그리고 중국의 인플레

이번 주에도 인플레이션과 긴축의 합창은 곳곳에서 이어집니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이달 말로 채권매입을 종료하고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중요한 건 금리인상 속도입니다. 7월에 제로금리인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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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외에 호주(7일) 칠레(7일) 인도(8일) 러시아(10일) 등도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합니다.

봉쇄령으로 주춤한 중국의 경제지표도 나옵니다. 9일에 5월 수출입 통계가 공개됩니다. 에너지 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 증가폭이 둔화되는 반면 수입 증가폭은 늘어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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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엔 중국의 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됩니다. 봉쇄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5월 CPI는 전달 상승폭(2.1%)보다 둔화된 2%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7.9%로, 전달(8%)보다 낮아질 전망입니다. 봉쇄령 해제로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주엔 CPI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을 관망하다 인플레이션 정점론 여부를 확인한 뒤 단기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대표 변수는 유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등과 관계를 개선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 시장은 열렬히 반응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