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변종 40대
사회과학적 분석 대상으로 ‘세대(generation)’를 주목하고, 현대적 의미의 세대론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사회학자가 카를 만하임이다. 그는 1922년 펴낸 ‘세대 문제’라는 논문에서 한 세대의 집단적 동질성을 뜻하는 ‘코호트’ 개념을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동년배 집단은 생애주기를 함께 하며 동일한 정치·사회적 경험에 노출되고 결국 특정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유사한 태도와 성향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정확히 100년 전 이론체계가 잡힌 이 코호트 분석법은 현 사회의 세대 연구에도 유의미하게 활용된다. 선거를 통해 나타난 세대별 표심의 분화, 즉 ‘세대 균열’ 현상을 설명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인식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대남(20대 남성)의 정치적 변절 원인을 공정 가치를 중시하는 그들의 코호트 특성에서 찾는 식이다.

변하지 않는 40대의 진보색

우리 사회에서 세대 균열과 이를 규명하는 코호트 분석이 처음 주목받은 건 2002년 16대 대선 때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이 선거에서 2030 젊은 층과 60대 이상 노령층의 표는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확연하게 엇갈렸다. 한국 정치판을 지배해 온 지역주의와 함께 세대 특성이 중요한 정치공학적 분석 틀로 떠오른 계기다.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난 6·1 지방선거에서도 세대 균열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중 눈에 띄는 건 현 40대의 일관된 진보 편향성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40대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61.4%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40대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진보를 표방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60.5%의 지지를 몰아줬다.

이들이 20대였던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59%의 몰표를 던져 승리에 기여했다. 30대였던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66.5%의 일방적인 지지를 보냈다. 현 40대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 경향을 드러낸다는 연령효과(age effect)도 거스른다. 이들의 민주당 지지세는 선거를 거칠 때마다 콘크리트처럼 더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다. 과거와 다른 변종 40대의 등장이다.

"퇴행적 세대 갈라치기 말아야"

현 40대의 코호트 특성은 뭘까.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의 ‘X세대’로 불린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우리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풍요 속 성장기를 보낸 집단이다. 이런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집단보다 개인, 이념보다 실용, 이성보다 감성에 무게가 실린 집단적 특성을 체화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반작용처럼 커진 보수 정권과 기득권에 대한 반감, 또 이들이 중시하는 개인주의 가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진보 성향의 정치색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변종 40대의 정체는 각 정당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고차원 방정식이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지금의 40대가 장기간 진보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서다. 경계해야 할 건 세대 갈라치기의 유혹이다. 눈앞의 선거에 매몰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퇴행적 구태다. 2030세대와 60대 이상 지지층을 결집해 4050세대를 압박하겠다는 구상의 이른바 ‘세대포위론’을 공공연히 내뱉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현실 인식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선거 승리에 취해 있을 여유는 없다. 집권여당이 국민의 냉혹한 심판대에 오르는 22대 총선이 채 2년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