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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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대구 수성을 보궐선거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의 이인선 전 경북경제부지사를 단수 공천하면서 대구 지역의 판세가 확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급속도록 감소한데 이어 대구 맹주였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대구 수성을 공천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오랜 기간 유지해왔던 보수당의 대구·경북(TK)의 구도를 흔들어놨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전 국민의힘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대구 수성을 공천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력다툼이 펼쳐졌다.

이 전 부지사의 공천 전에 가장 유력했던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였다. 지난 대구시장 당내 경선에서 유 변호사가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힘을 합치지 않은 것도 보궐선거의 공천권을 약속 받은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도 맞물려 있어 유 변호사의 대구 수성을 공천이 기정사실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식 전날까지 대구 수성을 관련 공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유 변호사의 공천이 물 건너 간게 아니냐는 말들이 새어나왔다. 최종적으로 유 변호사가 공천 탈락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 감소가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지만 지지율이 신통치 않았다"며 "대구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지방 선거 전체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 변호사 공천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천을 통해 대구 지역 최다선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거취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 의원은 5선 의원으로 초선부터 4선까지 내리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잡겠다는 명분으로 옆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서 당선됐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대구 수성을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 될 경우 주 의원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천이 현행 TK지역의 구도를 흔드는 한편 차기 당대표 선거와 총선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지역 맹주들을 몰아내고 윤심이 보수의 텃밭인 TK지역까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철수계, 홍준표계도 이번 대구 수성을 공천에서 낙선했다"며 "이번 공천을 통해 당내에서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