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터의 생활력」, 저자 최병호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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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무엇을 팔기 위해 촉진하는 마케팅의 전통적 관점이 사라지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장점을 어필하고 소비자에게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로 발생한 제약을 기술이 뒷받침하면서 기존의 소비 관습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비대면 거래와 언택트 마케팅 등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자의 동선은 압축되고, 구매를 위한 시공간이 모두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제품의 기능은 좀 떨어지더라도 배송이 빨라 오늘 받아볼 수 있다는 매력이 우선하는가 하면, 맛이 좀 덜하더라도 만들어 먹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도 한다.

또한 내구성이 떨어지더라도 나 혼자 쓰기 적당하다거나 디자인이 별로라도 막 쓰기 좋다는 등 단순히 제품의 물성적 장점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소비의 메커니즘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제품의 가치는 제품 자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제품을 사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제품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심리적 비용, 제품을 소비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과정 그리고 조립과 설치 같은 뒤처리와 A/S까지, 모든 여정이 결합되어 가치가 매겨진다.

여기서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총체적 경험을 하는 사람이다.

바야흐로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마케팅의 패권이 확실히 넘어간 듯하다.

직접 방문하고 물어보고 발품을 팔아야 했던 소비 행태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손가락 한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가격 비교부터 사용 후기, 부가적 혜택까지 소비를 위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다.

게다가 정보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가격부터 기능까지 입력하면 최적의 제품 대안이 큐레이션 되어 제시받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제품의 높은 품질이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치를 담보하지 않는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공들여 만든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만이다.

장인 정신으로 견고하게 만든 제품도 금세 질려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는 제품의 특장점을 바탕으로 제품 자체를 돋보이게 하기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순간에 어떤 것이 가장 절실한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시사한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심리적 욕망이 가장 높아지는 때를 공략해야 한다. 파는 걸 촉진하는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순간을 침투하고 기습하는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제품을 홍보하며 소비자의 여론을 살펴보는 소극적 접근보다, 소비자의 여론 한복판에 불쑥 끼어 들어 소비의 뉴스가 되는 영리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대다.

팔지 마세요, 순간에 침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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