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환호 속 경남행 열차…'홀가분' 소감도 닮은꼴
盧 "저같은 정치인 많았으면"…文 "잊혀진 사람 되고 싶다"
盧 "야~기분 좋다" 文 "해방 됐다"…닮은듯 다른 귀향길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나란히 '시골 생활'을 택한 두 전직 대통령의 닮은 듯 다른 귀향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 지지자 환호 속…盧 "기분 좋다"·文 해방 됐다" 홀가분한 심경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2008년 2월 25일 오전 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했다.

서울역에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을 중심으로 환송회가 열렸고, 봉하마을에 도착해서는 주민들이 참석한 환영식이 마련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탄 열차에는 문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 자격으로 동승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10일, 이번에는 문 전 대통령이 '친구'였던 노 전 대통령처럼 퇴임 대통령으로 귀향 열차에 올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마련된 사저로 향했다.

문 전 대통령도 서울역에서 환송행사를 했고, 사저 앞에서는 지지자와 주민들 앞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수의 정치인과 지인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를 채웠다는 점, 서울역 앞 환송회와 사저 앞 환영행사에서 많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는 점도 두 전직 대통령의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모두 퇴임 소감에 대해 '홀가분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놨다.

노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주민들을 향해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말한 뒤 주위가 조용해지자 "야, 기분 좋다"라는 말을 크게 외쳐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서울역 앞에서, 경유지로 들른 울산 통도사 역에서, 마지막으로 양산 사저 앞에서 세 차례나 "나는 해방됐다"고 소회를 밝혔고 역시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모두에게 재임 기간 짊어진 정치적 부담이 얼마나 압박으로 작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 盧 "저같은 정치인 많았으면"…文 "잊혀진 사람 되고 싶다"
두 전직 대통령의 귀향길에는 다른 점도 많다.

가장 결정적 차이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기차 내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자처할 정도로 정치적 메시지를 꾸준히 낸 반면, 문 전 대통령은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은 귀향 열차 간담회에서 차기 정부를 향해 "참여정부와의 차별화보다는 창조적인 정책을 해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저 앞에 도착해서는 주민들을 향해 "나는 분명히 자기의 개성을 갖고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식 정치를 했다"며 "앞으로 저같은 정치인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과'에 속하는 정치인이 있다"면서 청중 속에 있던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을 연단으로 불러 올려 특별히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주민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퇴임한 해 9월에는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을 가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길을 택했다.

반면 그동안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언급을 되풀이해 온 문 전 대통령은 고향으로 향한 이날도 차기 정부에 대한 메시지나 정국 현안에 대한 메시지는 내지 않는 등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대신 "이제 평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 잔도 한잔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고 그러면서 잘 어울리면서 살아보겠다", "책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마음만은 훨훨 자유롭게 날겠다" 등의 언급만 내놨다.

또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주민들을 만나 메시지를 내거나 혹은 정치적인 사안에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문 전 대통령 참모들의 전망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전 대통령 역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