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판문점선언, 9·19 합의 성과…비핵화 진력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 시계…종전선언도 불발
끝내 한일관계 개선 못해…신남방·신북방 정책 등으로 외교 다변화
[문재인 정부 5년 결산] 화려한 출발에도 미완으로 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2017년 5월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급선무 중 하나는 무너진 4강 외교의 복원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던 정상외교의 온기가 다시 돌게 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이는 한반도 문제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었다.

정부의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할 기틀을 닦겠다는 것이었다.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이 같은 구상은 쉽지 않아 보였다.

2017년 5월 1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에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졌으나 문 대통령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같은 해 7월, 비핵화를 중심으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통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5년 결산] 화려한 출발에도 미완으로 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극적인 반전이 시작된 계기는 2018년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결정했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단일팀 구성 등 남북 대화에도 해빙 무드가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김 위원장과 총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화해와 평화, 번영의 남북관계를 선언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9·19 군사합의라는 성과를 거뒀다.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북미 간 대화의 중재역을 자처한 문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며 한반도 평화 행보에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다.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 간 간극을 확인한 북미 간 대화는 이후 교착상태가 이어졌고, 문 대통령은 다시금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문 대통령은 KTV가 제작해 지난 6일 공개한 영상백서 다큐멘터리에서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긴 했지만 대화 공백이 길어지면 결국 대화의 동력이 떨어져 다시 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 동력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2019년 6월에는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회동이 이루지며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보는 듯했으나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 5년 결산] 화려한 출발에도 미완으로 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공전하자 2020년 들어서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는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남북 간 협력 관계의 폭을 최대한 넓히고, 필요한 경우에 대북 제재의 일부 면제나 예외 조치를 인정하는 데 국제적 지지까지 넓힌다면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문제는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호응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급기야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남북 정상이 합의해 개성에 설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바에 따라 2018년 9월에 문을 연지 1년 9개월 만이었다.

남북 간 대화의 창구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인 노력의 산물이었던 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 장면은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5년 결산] 화려한 출발에도 미완으로 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 같은 행위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으나 외교안보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보면서 실망했을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돌려보려던 청와대와 정부의 노력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서는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참여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종전선언을 하자고 재차 제안했다.

올해 2월 임기 종료를 석달 앞두고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도 "한미 간에 북한에 제시할 종전선언 문안까지 의견 일치를 이룬 상태"라며 그 성사 가능성을 기대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승부수였지만, 엄중한 안보정세 속에서 실효적인 제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새해 들어 지난 6일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총 15차례에 걸쳐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의 노력도 빛이 바랜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 5년 결산] 화려한 출발에도 미완으로 남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문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분야에서 난제가 됐던 다른 사안 중 하나는 한일관계였다.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투트랙' 기조에 바탕을 두고 한일관계 개선에 나섰으나, 일본이 끝내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진심어린 사과를 외면한 탓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박근혜 정부에서 불거졌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갈등을 '봉인'하고 한중 관계의 악화를 막은 것은 소기의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기 내 미국과의 협의로 미사일 탄두 중량을 해제한 데 이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까지 이뤄낸 것 사실상의 미사일 주권 확보라는 점에서 성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아울러 청와대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통해 외교 무대의 저변을 넓혔다는 점도 평가받을 대목으로 꼽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