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궁·식물원·놀이공원·박물관 등 인산인해…"오랜만에 나들이"
마스크 벗고 재잘재잘…2년 만에 되찾은 어린이날 도심도 활기
"엄마 아빠랑 나오니까 너무 좋아요! 미끄럼틀도 재미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이하는 첫 어린이날이자 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 서울 도심 곳곳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코로나 확산 때문에 집에 있어야만 했던 지난날들과 달리 모처럼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야외에서 뛰놀며 '되찾은' 어린이날을 즐겼다.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올라 초여름 같았던 이날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오전 10시께부터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비눗방울을 불며 뛰어다니거나 양손에 색색깔 풍선을 들고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빨간색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은 정재이(5) 양은 공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아빠 품으로 달려오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정양의 아버지 정진환(41) 씨는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와 나오니 즐겁다"며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아이가 활동하는 데 더 편하고 좋다"고 했다.

마스크 벗고 재잘재잘…2년 만에 되찾은 어린이날 도심도 활기
송파구 롯데월드에도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오랜만에 하는 외출에 아이들은 토끼 머리띠를 하거나 반짝이 구두를 신는 등 한껏 멋을 부렸다.

입장을 기다리면서 아이들은 각자 아는 동요를 부르며 재잘거렸다.

손녀와 함께 놀이공원을 찾은 표석진(58) 씨는 "코로나 전에 오고 처음 온다"며 "손녀 덕분에 어린이날에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손녀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녀 김이솔(4) 양도 할아버지 손을 꼭 잡은 채 "회전목마를 타고 싶다"며 웃었다.

화창한 날씨 덕에 야외를 찾은 이들도 많았다.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는 가족 단위로 찾은 방문객들이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10살짜리 아들과 함께 식물원을 찾은 김모(49) 씨는 "지난 2년간 어린이날마다 코로나가 심해 집에만 있었다"며 "오늘은 모처럼 날도 좋고 아무 부담 없이 야외에서 아이들과 즐길 수 있어 참 좋다"고 했다.

마스크 벗고 재잘재잘…2년 만에 되찾은 어린이날 도심도 활기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경복궁에도 나들이 인파가 몰렸다.

수문장 교대식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봤다.

딸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이보람(36) 씨는 "평소 경복궁을 자주 찾지는 않았는데, 오늘 수문장 교대식이 있다고 해서 와봤다"며 "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100회 어린이날 기념 특별 행사인 '놀며 크는 어린이 함께하는 박물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각 지역의 국립박물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프로그램 부스마다 들러 다채로운 체험을 즐겼다.

붓글씨 체험 행사에 참여한 이수아(7) 양은 "붓으로 글씨를 썼는데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문화재 발굴 보존 체험 행사에 참여한 김로운(8) 군은 모형 장난감 삽으로 자갈에 묻힌 문화재를 발굴하자 "와!" 탄성을 질렀다.

김군은 "다른 체험도 해보고 싶다"며 "부모님과 함께 나와 좋다"고 밝게 말했다.

한편 이날 청소년 단체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100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청소년 인권 보장을 위한 핵심 정책들을 요구했다.

이들은 ▲ 입시경쟁폐지 ▲ 차별금지법 제정 ▲ 청소년 노동인권 보장 등을 주장했다.

(김치연 오규진 오지은 오진송 유한주 조현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