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관련된 공판이 장기화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이뤄진 양사 간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는 3주에 한 번 금요일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심리도 병행해 받고 있다. 3주에 한 번꼴로 주 2회 법정에 출석하고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본인은 반드시 재판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매주 최소 1~2회 이상 법원에 나와 하루종일 재판을 받는다.

이 부회장이 치른 재판만 100회를 넘는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합병 관련 재판은 42차례 진행됐다. 앞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2017년부터 3년간 83차례 재판을 받았다. 이들만 합쳐도 125회에 이르는데 언제까지 재판이 계속될지도 알 수 없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이 오후 6~7시까지 이어지는 날이 대부분이어서 재판이 있는 날은 (이 부회장이) 다른 업무를 전혀 보지 못한다”고 전했다. 재판 일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처지다. 해외 출장, 국내 기업인들과의 만남도 중지됐다.

검찰이 삼성그룹의 ‘급식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 수사에 나서면서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소모적인 수사와 재판으로 이 부회장의 행보가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경제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기대하고 있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은 채 구금 상태만 임시 해제한 것이기에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 직전인 부처님오신날 계기 특별사면 대상에라도 이 부회장이 포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