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 "러튜브 써라"…젊은층 '싸구려 짝퉁' 불만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서방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떠나 자국산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라고 압박 중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불리한 소식을 최대한 차단하고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영향력 작전'에 나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다수의 서방 소셜미디어를 차단하기 위한 방화벽을 구축하는 한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진 러시아인들에게 자국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도 충분한 돈벌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인 '로스콤나드조르'가 자국 군사 활동에 대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매체와 SNS에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 처벌법에 근거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러시아 내 활동을 중지한 것도 이런 차원의 조치로 보인다.



아울러 러시아 디지털개발부는 지난달 자국산 소셜미디어 앱들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긴급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우리 블로거들이 외국 플랫폼을 떠나야 한다.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며 "우리의 프로그래머들은 이러한 플랫폼을 잘 만들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러시아판 유튜브인 '러튜브'(Rutube)와 러시아판 인스타그램인 '피에스타', 페이스북의 러시아 버전인 '브콘탁테'는 최근 다운로드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피에스타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내 무료 앱 가운데 5일 연속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고, 러튜브는 애플 앱스토어와 알파벳 구글플레이를 합쳐 110만 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틱톡과 비슷한 러시아산 앱 '야피'는 200만 회 다운로드됐다.

이러한 러시아 소셜미디어는 대부분 정부와 국영회사 주도로 최근 개발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가즈프롬의 자회사인 가즈프롬미디어는 정부 지원을 받아 러튜브 등 '대안 소셜미디어'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가즈프롬은 보험 부문 자회사 소가즈를 통해 브콘탁테를 소유 중이며, 지난해 11월에는 야피를 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서방 소셜미디어에 의존하는 러시아인들이 많다.

러시아인들은 지난달 모바일과 데스크톱 컴퓨터를 합쳐 유튜브에 20억 회 방문한 것으로 데이터 분석업체 시밀러앱은 추산했다. 러시아 이용자들의 인스타그램 방문 횟수도 1억5천700만 회로 추정된다.

정부가 금지한 서방 소셜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앱과 브라우저 확장프로그램의 다운로드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우회 접속을 위한 가상사설망(VPN) 수요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와 비교해 27배 폭증했다.

자국산 소셜미디어는 '싸구려 짝퉁'에 불과하다는 젊은 러시아인들과,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불만도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