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도시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한 도시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은 바이러스가 든 인간 혈액세포 크기의 침방울 하나면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잠복기가 짧아 감염 이틀 후부터 7일 정도 바이러스를 방출하며, 증상이 없어도 내뿜는 바이러스양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크리스토퍼 츄 박사팀이 논란 속에 진행한 코로나19 고의감염 연구가 코로나19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결과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번 연구로 고의감염 연구에 대한 우려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해 3월 18~30세의 건강한 자원자들을 모집해 코로나19 고의감염 연구를 진행했고, 이날 국제의학저절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원자 중 과체중이나 비만, 신장·간 기능 이상, 심장질환, 폐·혈액 문제 등 코로나19 위험 요인이 전혀 없는 건강한 사람을 선발하고 연구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후 연구를 진행했다.

다양한 안전 조치를 갖추고 연구가 진행됐지만 바이러스나 병원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사람에게 고의로 주입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길고 가는 튜브를 이용해 원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든 작은 액체 방울을 콧속에 주입하고 2주일간 하루 24시간 음압병실에서 감염 여부와 증상 등을 살폈다.

그 결과 참여자 가운데 절반 정도인 1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자 가운데 2명은 무증상이었고, 증상이 나타난 16명은 모두 코막힘, 재채기, 목 아픔 등 경증을 보였다.

반면, 코로나 확진자 83%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후각을 잃었고, 9명은 전혀 냄새를 맡지 못했다. 후각 상실은 6개월 이후 대부분 없어졌으나 1명은 정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참가자 중 감염이 폐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츄 박사는 "참가자가 젊고 주입된 바이러스양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를 주입한 지 40시간 뒤부터 목구멍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콧구멍에서는 58시간 후부터 바이러스가 검출되기 시작했다.

또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내뿜는 바이러스양이 많았으며 무증상 감염자도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다음번에는 백신 접종자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고의감염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